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갈등이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내분 사태로 치닫고 있다. 안 전 대표는 7일 지방으로 내려가 버렸고, 비주류 인사들은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언제까지 이런 지긋지긋한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지 답답하다. 문재인-안철수 두 사람은 2012년 대선 때부터 서로 엇갈리는 행보를 해왔다. 이젠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다시 지지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혁신’의 방식을 놓고 싸운다 하지만 그를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안 전 공동대표는 “저는 지금 문 대표 개인과 권력싸움을 벌이는 게 아니다. 집권할 수 있는 야당을 만들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방법이 왜 꼭 ‘혁신전당대회’여야 하는지에 대해선 설명이 약하다. 문 대표가 10대 혁신안을 수용한 걸 두고 “그것만으로 위기를 극복하기엔 늦었다”고 말하지만, 제3자의 눈엔 야당의 위기는 석 달 전이나 지금이나 본질적으로 똑같다. 안 전 대표 발언에서 ‘통합 의지’를 읽을 수 없는 건 이런 탓이 크다.
문 대표도 마찬가지다. 10대 혁신안을 수용할 거면 왜 진작 받아들이지 않은 건지 궁금하다. 이유야 어떻든 당을 추슬러서 단일한 대오로 선거에 나설 가장 큰 책임은 문 대표에게 있다. 지금 안 전 대표의 행동은 당내 다양한 비주류의 반발을 상징하는 것으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야권의 작은 분열만으로도 4·2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게 불과 7개월여 전이다. 선거마다 패배하며 박근혜 정권의 독주에 힘을 실어준 책임이 지대한데, 내년 총선마저 내분으로 참패한다면 그 책임을 누가 지겠는가. 선거 패배 이후 숱한 생존권 현장에서 탄압에 내몰릴 힘없는 서민과, 최소한의 표현의 자유마저 박탈당하고 구속 위기에 처할 수많은 예술인·학생·지식노동자들의 탄식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문재인·안철수 두 사람이 직시해야 할 건 ‘혁신’이 아니다.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는 정권을 견제하고 서민의 든든한 지킴이가 되어주는 ‘강한 야당’의 부활, 그리고 그것을 바라는 많은 이들의 갈망이다. ‘혁신’은 그런 갈망을 채워주는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숨을 내놓고 다툴 사안은 아니다.
안 전 대표는 2012년 대통령후보직을 양보하고도 흔쾌히 문 대표를 돕지 않은 점 때문에 비판을 받았다. 문 대표를 돕는 건 문재인 개인을 돕는 게 아니라, 국민과 야당 지지자들의 바람에 부응하려는 노력임을 깨달아야 한다. 문 대표는 안 전 대표와 손을 맞잡지 않고는 총선 승리가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혁신전당대회가 아니라면 그에 못지않은 방안을 제시해서 안 전 대표가 되돌아올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흩어지면 죽고 뭉치면 산다. 그것이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제1야당을 구하고 두 사람도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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