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권위 있는 주간지 <더 네이션>의 기자가 박근혜 대통령 관련 비판 기사를 쓴 것과 관련해 뉴욕의 한국 총영사관 쪽으로부터 항의 전화와 메일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경위야 어쨌든 ‘대통령 비판 보도’에 대한 외교공관의 과잉 대응이 불러온 국제 망신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잡지의 팀 셔록 기자는 12월1일치 <더 네이션>에 ‘독재자의 딸이 노동자를 탄압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박근혜 대통령이 복면 시위대를 테러리스트와 동일시하는 등 독재자였던 아버지의 발자국을 따라 권위주의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과 노동자를 탄압하고 있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그리고 사흘 뒤인 4일, 이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편집장의 말을 전하는 형식으로, ‘뉴욕 한국 총영사관으로부터 이 기사에 대해 상의하자는 내용과 이메일을 여러 통 받았지만 사실관계에 대한 오류나 항의는 없었다’는 내용을 올렸다. 이에 대해 뉴욕의 한국 총영사관 쪽은 항의를 하지는 않았다고 부인했다. 기사에 오류가 있느냐고 물어 ‘한국이 급속히 산업화와 민주화를 하다 보니 어려운 점이 있다’고 설명하고 그 부분에 대해 독자투고를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양쪽의 의견이 엇갈리지만, 명백한 것은 외교공관이 외국의 언론기관에 대통령 비판 보도와 관련해 오해를 받을 만한 행동을 했다는 점이다. 위에서 시킨 것인지 알아서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 나라의 공관이 외국 언론사의 기사 방향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하지도 않거니와 나라를 욕보이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외국의 비판을 받을 만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지, 그런 보도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것이 아니다. 이번 일은 ‘한국의 평판에 가장 큰 위협은 경제가 아니라 정치’라는 <뉴욕 타임스>의 박근혜 정부 비판 사설, 복면 시위자를 테러범에 비유한 대통령을 조롱하는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의 논평과 함께 반면교사로 삼아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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