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7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을 만나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과 노동시장 개편 법안들을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라고 강력히 주문했다. 정책에 ‘골든타임’이 있다는 말은 그럴듯하다. 하지만 기업과 재벌 대주주에게는 특혜를 주고, 노동자들에게는 희생만 요구하는 법안들을 두고 목적이 경제살리기라고 포장한 것은 억지다.
이른바 원샷법은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사업재편 계획을 승인받은 기업의 인수·합병 절차를 간소화하고, 지주회사 규제도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정을 서두르려 정부 대신 새누리당 의원들이 발의했다. 제안 목적엔 중소·중견기업들을 위한 것처럼 쓰고 있지만 대기업도 지원 대상이다. 조항 가운데는 시가총액이 5분의 1을 밑도는 회사를 흡수합병할 때 주주총회 대신 이사회 승인만으로 할 수 있게 한 게 있다. 이를 두고 삼성전자가 삼성에스디에스를 쉽게 합병할 수 있게 해주려는 것이란 의심이 나온다.
세제 혜택은 특히 지나치다. 2일 국회를 통과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원샷법에 따라 승인받은 사업재편 계획을 이행하면 여러 혜택을 준다. 자산양도차익을 몇 회로 나눠 수익금으로 처리하게 하는 등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는 지원은 이해한다. 하지만 기업간 주식 교환 때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양도소득세나 법인세를 바로 내지 않고, 훗날 주식을 처분할 때로 과세를 미뤄주는 조항이 문제다. 재벌이 2세나 3세 승계를 위한 사업재편을 할 때 엄청난 세금 혜택을 누리게 해주는 내용이다. 원샷법 지원 대상에서 대기업을 배제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일본의 산업활력재생법을 들이대며 원샷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일본의 경우 세제 혜택은 등록면허세 경감, 사업양도에 따른 부동산 취득세의 경감 등 구조조정 지원에 필수적인 것에 그쳤다. 또 지원받는 기업의 사업재편 계획이 ‘종업원의 지위를 부당하게 해하는 것이 아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원샷법엔 이런 내용이 없다. 오히려 정부와 새누리당은 노동자에게 불리한 임금·단체협상 체결이나 해고를 쉽게 하는 쪽으로 법을 고치는 게 시급하다고 한다. ‘노동자를 희생시키고 기업만 살리자’는 식으로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경제를 망쳐오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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