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청 공무원들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서울시 관련 기사에 조직적으로 비방 댓글을 단 정황이 드러났다. 구청이 2월 말에 신설한 ‘시민의식선진화팀’의 팀장과 팀원 2~3명이 10~11월 두 달 동안 포털사이트 한 곳에서만 최소 200여개의 댓글을 달았다니, 실제로 비방 댓글은 훨씬 더 많을 수 있다.
댓글의 내용은 강남구청과 입장이 맞선 서울시와 박원순 서울시장, 서울시의회, 일부 강남구의회 의원 등에 대한 원색적이고 악의적인 비방이 대부분이다. 구민을 조롱하는 내용도 있고, 신연희 구청장을 칭송하는 댓글도 여럿이다.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국가정보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가 운영했던 ‘댓글부대’가 바로 이런 식으로 여당 후보는 칭송하고 야당 후보에 대해선 온갖 악의적 비방을 퍼부었다. 행태가 똑같으니 강남구청이 조직적으로 댓글 팀을 운영한 것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강남구청은 “직원의 개인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어설픈 오리발 같다. 댓글은 대부분 평일 업무시간 중에 작성됐다. 서울시와 강남구 사이에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관련 기사에 서울시를 험하게 비방하면서 강남구의 입장만 내세우는 댓글이 때맞춰 달린 것도 조직적인 ‘여론 조작’으로 의심할 만하다. 성매매업소 단속이 주된 업무인 팀이 업무와 상관없는 댓글 달기를 이렇게 대놓고 했다면 공식적인 지휘와 보고가 있었으리라고 짐작하게 된다. 실제로 그런 지시나 암묵적인 부추김이 있었다면 그 책임은 결코 작지 않다.
그러잖아도 강남구청은 이전에도 비슷한 ‘공작’을 한 바 있다. 4, 5월 한국전력 본사 터의 개발 이익을 강남구만 사용해야 한다는 서명운동과 서울시청 점거 시위 등이 벌어졌을 때, 강남구청은 구민들이 자발적으로 추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런 행동은 4월2일 신 구청장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구체적으로 사전 기획된 것이었음이 구청의 내부 문서로 드러났다. 계획대로 구청 공무원들은 서명운동과 시위의 단계마다 동원됐다. 그러고서 ‘구민 여론’이라고 우긴 것이다.
이번 댓글 사건은 공무원 윤리규정 위반은 물론,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의 혐의까지 있어 더더욱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비방 댓글이 얼마나 광범위했는지, 구청장의 관여나 지시는 없었는지 등을 낱낱이 조사해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이런 못된 ‘모방 범죄’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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