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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보육대란’ 속에 내놓은 허망한 저출산 대책

등록 2015-12-10 18:44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10일 위원장인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회의를 열어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년)’을 확정했다. 2005년 위원회 출범 이후 대통령이 기본계획 심의를 직접 주재한 건 처음이라고 한다. 하지만 당장 피부로 체감하는 정부 정책에서 저출산 극복 의지가 보이지 않는데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게 무슨 의미인지 묻고 싶다.

박 대통령은 5살 이하 보육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며 누리과정(만 3~5살 무상보육) 지원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다. 보육 문제는 출산을 고민하는 부부가 현실적으로 부닥치는 가장 큰 장애물로, 저출산 극복을 위한 핵심 과제의 하나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집권 이후 대통령 공약인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교육청에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내년에도 또 ‘보육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국공립 어린이집은 1995년 전체의 11.3%에서 올해 5.7%로 떨어졌고 유치원도 공립에 들어가는 건 ‘로또’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새도시의 공립 유치원 설립을 오히려 축소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등 학부모 요구에 귀를 닫고 있다. 이처럼 사방에서 ‘아이 기르기 힘들다’는 한숨소리가 들리는데 어떻게 출산율이 높아지기를 기대할 수 있겠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그동안 내걸었던 ‘국가책임보육’에서 ‘일자리·주거 등 만혼·비혼 대책’으로 초점을 옮기겠다고 한다. 물론 후자도 중요하지만, 보육의 국가 책임을 희석시켜서는 안 된다. 누리과정을 둘러싼 당장의 혼란부터 정부가 정리하는 등 국가가 보육을 진심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게 저출산 대책의 기본이다.

장기적인 만혼·비혼 대책에서도 정작 중요한 점이 강조되지 않고 있다. 그저 일자리 개수만 늘린다고 청년들이 일찍 결혼해 출산까지 할 것으로 기대하는 건 매우 단선적인 생각이다. 불안한 비정규직 일자리는 아무리 늘려봐야 소용없다. 또한 취업이 늦어지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1차 노동시장(대기업·정규직)과 2차 노동시장(중소기업·비정규직)의 격차다. 1차 시장 진입에 매달리기 때문인 것이다. 결국 어떻게 하면 그 격차를 줄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늘릴 것인지가 핵심인데, 이번 기본계획은 물론 정부의 전반적인 노동정책 기조에서도 그 해답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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