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열려 11~12일 이틀 동안 계속된 차관급 남북 당국회담이 결국 결렬됐다. 합의문을 못 낸 것은 물론 다음 회담의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양쪽 모두에게 잘못이 있지만 유연성 없는 일방적 태도를 보인 우리 대표단의 책임이 더 크다.
가장 큰 쟁점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였다. 북쪽은 관광 재개를 합의문에 넣자고 한 반면 남쪽은 관광을 재개하려면 선결조건이 해결돼야 한다며 별도의 실무회담을 갖자고 했다. 관광객 신변안전과 피격사건 재발 방지 등 3대 선결조건과 관광지구 안 남쪽 자산의 재산권 회복에 대해선 북쪽도 협의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되 이를 위한 실무회담을 갖는다’는 정도로 합의하는 게 타당함에도 우리 대표단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북쪽은 관광 재개와 관련된 어떤 약속도 하지 않으려는 남쪽의 모습을 보고 관광 재개 뜻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을 법하다.
이번 회담에서 북쪽은 금강산 관광 재개에 집중하면서 이산가족 문제와 동시추진·동시이행하자고 했다. 이에 비해 우리 대표단은 박근혜 정부가 이제까지 내놓은 의제들을 한꺼번에 제기했다. 전면적 생사 확인과 서신 교환 등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비롯해 환경·민생·문화 등 3대 통로 개설, 비무장지대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개성공단 3통 문제 등이 그것이다. 첫 당국회담인 만큼 원칙적인 언급을 한 것이겠지만 상대 처지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태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금강산 관광 재개는 남북 관계의 앞날을 가름할 시금석이 됐다. 정부가 남북 관계를 풀 생각이 있다면 이 문제에 대한 결단부터 내리길 바란다. 차관급이라지만 실무회담의 성격이 강한 당국회담의 격을 더 높이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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