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을 뛰쳐나간 안철수 의원을 비판하고 그에게 야당 분열의 책임을 묻는 것은 쉽다. 그러나 그것이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실패와 무기력의 면죄부가 되지는 못한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당을 추슬러서 내년 4월 총선에 대비해야 할 일차적 책임은 문재인 대표에게 있다. 이제 문 대표는 스스로 밝혔듯이 “총선에서 실패하면 정치생명이 끝난다”는 각오로 당 수습과 총선 준비에 나서야 한다.
후속 탈당설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혼란스런 야당을 바로 세우기 위해선 두 가지가 중요할 것이다. 첫째, 앞으로 당의 혁신과 공천 과정에서 더 이상 ‘계파 정치’란 말이 추호도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문 대표가 취임한 이후 당내 분란이 끊이지 않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문 대표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특정 계파 또는 인사들이 당 운영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구심 탓이 컸다. 이런 논란이 제1야당의 단합을 저해하고 외연을 확장하는 데 걸림돌이 돼온 게 사실이다. 문 대표와 가깝다고 알려진 일부 의원의 부적절한 행위에 당이 미온적으로 대응해온 것도 이런 의구심을 부추겼다.
문 대표로선 억울할 수 있겠지만 지금부터는 ‘계파’를 둘러싼 얘기가 당내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 당 윤리심판원에 넘겨진 노영민·신기남 의원을 당헌당규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고, 공천 과정에서도 이른바 ‘친문재인 인사’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측근 관리에 단호해야 한다.
더욱 소중한 건 ‘혁신’의 기치를 놓지 않는 것이다. 안철수 의원이 주장했던 ‘10대 혁신안’까지 실천하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한 건 문 대표 자신이다. 비록 안 의원은 탈당했더라도 이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과감한 혁신과 인적 쇄신은 분열과 혼란 속에서 문 대표와 새정치연합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다.
물론 평소에도 하기 어려운 혁신 작업을 이런 어수선한 상황에서 추진하기란 몹시 힘든 일일 것이다. 주류·비주류를 떠나 반발이 만만찮을 것이고, 자칫하면 원심력을 더욱 크게 해서 의원들의 탈당을 가속화할 수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의 이합집산에 신경 쓰기보다는 국민과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야당의 달라지는 모습’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내년 4월 총선의 승패는 여기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철수 의원 탈당은 실망스런 일이지만, 그에 대한 비판이 야권 전체의 세력을 확대하는 데엔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이젠 각자 자기 길을 가면서 미래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게 현실적인 방안일 것이다. 그러려면 새정치민주연합과 문 대표가 굳건하게 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1야당의 혁신과 단결이 어느 때보다 긴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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