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은행연합회가 은행의 가계 주택담보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14일 내놓았다.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제대로 따져 대출하고, 분할상환을 유도하겠다는 게 뼈대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새로 이뤄지는 대출에 안전장치를 하나 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적용 예외가 매우 많고, 안전장치 없이 이미 이뤄진 가계대출도 엄청나다. 첫걸음이란 생각으로 가계대출 관리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
새 가이드라인의 위험관리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순증분의 절반을 차지하는 아파트 집단대출(중도금·잔금 대출)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만기 일시상환 대출을 만기 연장하는 경우도 신규 대출이 아니라 적용하지 않는다. 금융위원회는 새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경우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로 전환되는 규모가 연평균 주택담보대출 신규취급액의 20%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주택 경기 부양에 미련을 두는 모습은 더 걱정스럽다. 금융위원회는 애초 1월부터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겠다고 7월에 발표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등이 반대해 결국 늦춰지고 말았다. 수도권은 2월부터, 비수도권은 5월부터 적용한다. 전산 작업이나 홍보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비수도권에 대한 적용 시기를 늦춘 것은 안이해 보인다.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예금취급기관 주택담보대출은 지난해 말에 견줘 서울에서 5.5%, 경기도에서 1.6% 늘었다. 반면 비수도권인 제주, 세종, 대구, 경북 지역의 증가율은 두자릿수였다. 내년 4월 치러지는 총선을 의식해 위험을 방치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 우리나라에서도 뒤따라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 그동안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로 가계 대출이 폭증했는데, 금리가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뿐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를 우리 경제의 큰 위험요소로 보고 있다. 기존 가계대출의 위험관리에도 더 속도를 내야 한다. 눈앞의 주택 경기만 고려해 시기를 놓치면 경제 전체가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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