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국립대 총장 직선제를 없애고 간선제로 단일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밝혀둘 것은, 총장 직선제 폐지는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정부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또한 민주화의 결실로 도입된 직선제를 함부로 없애려 드는 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태도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교육공무원법을 보면 국립대 총장 후보는 “해당 대학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직선 또는 간선으로 선정할 수 있다. 여기에 교육부가 사사건건 간섭하는 것 자체가 위법이며, 헌법이 보장하는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행위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로또식 추첨’이다. 교육부는 직선제는 물론 교수들이 총장추천위원을 뽑는 간선제조차 배제하고 ‘총장추천위원을 무작위 추첨으로만 선출하라’고 대학들에 요구해왔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무작위 추첨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생색을 내고 있으니 웃기는 일이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선정한 총장 후보를 이유 한마디 언급도 없이 퇴짜놓고 있는 게 이 정부다. 이유를 대라는 법원 판결도 무시한다. 총장 공석 사태로 학생들이 수십개월씩 피해를 봐도 눈 하나 깜짝 않는다. 그러더니 한국체대 총장에 일사천리로 ‘친박’ 정치인을 앉혔다. 청와대 입맛에 맞는 총장을 앉히려고 대학들의 자율성과 정상적 운영을 망가뜨린 정부가 무슨 낯으로 총장 임용제도 개선을 들먹이는지 모르겠다.
더 우려스런 점은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함께 진척된 대학의 민주주의가 과거로 후퇴하는 것이다. 임용 거부를 당한 일부 국립대 총장 후보들은 과거 시국선언에 참여했는지 등을 검증받았다고 한다. 정부는 군사독재 시절처럼 정권에 순치된 ‘어용 총장’을 원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대학은 스스로 총장을 선출할 수 있어야 하고, 직선제를 비롯한 선출 방식 역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직선제 요소가 강할수록 총장 선출에 정권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는 줄어들 것이다. 대학에서 민주주의가 사라지면 그 본질인 비판적 지성도 융성할 수 없다.
넉 달 전 고현철 부산대 교수가 총장 직선제 폐지에 반대하며 투신해 숨졌다. 고 교수의 희생으로 부산대는 직선제를 되살렸지만 나머지 국립대는 이미 모두 간선제다. 그런데도 정부는 직선제 지우기에 집요하다. 대학의 민주주의,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걱정했던 고 교수의 유지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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