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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폐지해야 마땅한 주한미군 ‘탄저균 실험’

등록 2015-12-17 19:00

올봄 경기 오산 미군기지로 살아 있는 탄저균이 배달된 사건과 관련해 한·미 조사단이 17일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개선책을 내놨다. 하지만 의문은 여전하며 생물무기 탐지·식별·분석을 위한 주한미군 주피터 프로그램의 문제점도 그대로다.

우선 미군 쪽이 거짓말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미군은 사건 발생 직후 탄저균 실험이 처음이라고 했으나 탄저균 샘플은 2009년부터 서울 용산기지에 15차례나 더 배달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 정부가 몰랐다면 주권국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알고도 묵인했다면 정부 자격이 없다. 이번 조사도 철저하게 미국 쪽 자료에 기초해 이뤄졌다. 탄저균 실험을 한 용산기지의 병원은 이미 없어졌으며, 배달 시점과 탄저균 양도 공개되지 않았다. 조사단의 한국 쪽 단장은 오산 사건과 관련해 ‘주한미군이 관련 규정과 절차를 준수했다’고 미국 쪽을 옹호했다. 살아 있는 탄저균이 버젓이 우편으로 배달돼 소동이 벌어졌는데도 별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조사 내용이 이렇다 보니 대책도 미봉에 그친다. 미군이 탄저균 등의 샘플을 반입할 때 우리 쪽에 내용을 통보하고 필요할 때 공동평가를 하는 것이 전부다.

지구촌 곳곳에서 불거진 살아 있는 탄저균 배달과 관련해 미국 국방부는 7월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고 책임질 주체도 특정할 수 없다’는 내용의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한마디로 확실한 관리 기준이 없으며 사고를 막을 통제 역량도 취약하다는 얘기다. 이번 조사에는 이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다. 이런 실험이 우리나라 땅에서 계속 이뤄지도록 허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탄저균은 생물무기를 대표할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 게다가 주피터 프로그램이 다루는 생물학 작용제는 15종이 넘는다. 그간 페스트균이 반입된 것도 이번에 처음 밝혀졌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유사시 생물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거론하며 탄저균 실험 등을 정당화한다. 비상시에 대한 대비는 필요하다. 하지만 미국은 모든 가능성을 상정해 사전대응에 주력하는 생화학전 방침에 따라 지구촌 전역에서 무리하게 실험실을 운영해왔으며, 주피터 프로그램도 그 일환이다. 우리나라에서 생물무기 실험을 계속하려면 우리 스스로 이 실험의 필요성과 안전성에 대해 확신하고 완전한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탄저균 실험 등은 폐지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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