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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의료 민영화 물꼬 트는 ‘제주도 영리병원’

등록 2015-12-18 18:36

정부가 중국 최대 부동산그룹인 녹지(뤼디)그룹이 낸 제주특별자치도 내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영리병원) 설립 신청서를 승인하기로 18일 결정했다. 형식상 제주도의 최종 심의 절차가 남아 있다고는 하나, 사실상 모든 관문을 통과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이로써 성형외과·내과·피부과·가정의학과를 운영하는 ‘녹지국제병원’은 국내 첫 외국 영리병원으로 2017년 3월 문을 열게 됐다.

그간 외국계 영리병원 설립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의료분야 투자 확대가 가져올 긍정적인 기대효과도 분명 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설립 허가가 난 녹지국제병원의 운영 주체가 실체가 분명한 100% 외국인 투자법인일뿐더러 제주도라는 지역 특성상 심각하게 우려할 정도로 부작용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정부의 판단에도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우리의 앞선 의료 자원을 겨냥한 외국 자본의 적극적인 투자 손길을 무턱대고 뿌리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짚어봐야 할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영리병원은 병원을 운영해 거둔 수익금을 자본을 댄 투자자가 모두 회수해 갈 수 있도록 한다는 데 특징이 있다. 투자자의 자격에도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는다. 병원 운영의 1차적 판단 기준은 당연히 수익성이 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간 영리병원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보인 행보도 선뜻 믿음을 얻기 힘들다. 정부는 애초 2002년 제주도와 8개 경제자유구역에 외국계 영리병원 설립 방침을 밝히면서 이곳에 입주한 기업 등 외국인을 상대로 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후 내국인 환자도 진료할 수 있도록 하고 국내 의료법인의 합작법인 참여 길도 열어주는 등 꾸준히 애초 취지를 변질시키는 쪽으로 빗장을 풀어왔다.

의료 문제를 단순히 경제 논리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내국인 환자들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는 만큼 국내 의료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제주도에 이어 앞으로 전국 8개 권역의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 설립이 이어질 공산도 크다. 그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의료비 부담이 늘어나는 건 물론이고 현행 건강보험체계의 근간마저 흔들릴 위험도 매우 크다. 정부는 병원-보험 등 관련 분야를 두루 아우르는 거대한 의료 민영화의 물꼬를 기어이 틀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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