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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뇌수까지 번진 ‘방산비리’ 암덩어리

등록 2015-12-20 18:47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20일 해군의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 도입 과정에서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최윤희 전 합참의장과 정홍용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바로 직전까지 육해공군의 작전을 총지휘하는 군령권을 가진 군의 최고 수뇌인 합참의장까지 방산비리에 연루되었다니 할 말을 잊게 한다. 충격의 크기로는 정 소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 소장은 예비역 육군 중장으로, ‘국방에 필요한 병기장비 및 물자에 관한 기술적 연구, 개발 및 시험을 담당’하는 국방과학연구소의 책임자다. 이 연구소는 한국형 차세대전투기 사업(KF-X)과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기술이전이 거부된 4개의 기술 중 가장 핵심인 에이사(AESA) 레이더 개발을 맡기로 한 기관이다.

군 수뇌부의 이런 행태를 보고 어찌 국민이 군을 믿을 것이며, 장병이 지휘관을 따르겠는가. 굳이 ‘무신불립’이라는 공자의 말씀을 빌려오지 않더라도 나라에 망조가 들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군 수뇌부뿐 아니라 이들을 요직에 앉힌 임명권자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정부 당국은 말로만 하는 재발방지가 아닌 근본적인 방산비리 재발방지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합수단에 따르면, 최 전 합참의장은 와일드캣 도입을 중개한 브로커 함아무개씨로부터 지난해 9월 아들이 사업자금 2000만원을 뇌물로 받았다고 한다. 최 전 의장은 혐의를 부인했으나 아들에게 돈이 건네진 직전과 직후 함씨와 통화를 했고, 특히 사업비가 전달된 다음날에는 의장 공관에서 함씨와 최 전 의장 부부가 식사를 함께 했다고 한다. 더욱이 최 전 의장의 부인은 당시 헬기 도입을 맡았던 박아무개(구속 기소) 소장에게 “미국 것은 절대 안 된다”는 등의 말을 하며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다. 정 소장도 함씨로부터 법인카드, 현금, 아들 유학비 등 총 72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배임수재)를 받고 있다.

당국은 검찰 수사를 통해 거물급 몇 명 잡아들인 것으로 방산비리를 척결했다고 만족해서는 절대 안 된다. 이번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가족을 통한 금품 제공 등 방산비리의 수법은 더욱 교묘하고 대담해지고 있다. 몇 사람을 잡아들여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솟아나는 방산비리의 구조와 원천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지금 군에 대한 불신은 가히 폭발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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