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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무디스 국가신용등급 상향의 명암

등록 2015-12-20 18:48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18일(현지시각)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Aa3에서 Aa2로 한 단계 끌어올렸다. 무디스가 매기는 전체 21개 등급 가운데 세 번째 높은 등급으로, 지금껏 우리나라가 받은 최고 성적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무디스에 앞서 등급을 끌어올린 피치와 스탠더드앤푸어스 등 3대 국제신용평가기관 모두한테서 역사상 최고 등급 판정을 받게 됐다.

무디스의 등급 상향은 한국 경제를 향한 국제사회의 시선이 예전보다 한층 부드러워졌음을 보여준다. 무디스로부터 Aa2 이상 등급을 받은 나라라고 해봤자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영국·독일·프랑스 등 9개국뿐이다. 더군다나 지난주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신흥국 금융시장으로부터 자본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터라 국내 금융시장엔 반가운 뉴스임이 틀림없다. 피치가 16일(현지시각) 3200억달러(380조원) 규모의 빚을 지고 있는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을 투기 등급인 BB+로 강등시킨 것과도 크게 대비된다.

하지만 무작정 반길 일만은 결코 아니다. 무디스의 등급 상향이 가계와 기업은 비틀거리는데 정부 곳간만 튼튼한 한국 경제의 ‘기형적 구조’를 다시 한번 드러내 줘서다. 무디스가 등급 상향의 근거로 재정 건전성과 대외 안정성을 제시했다는 점도 곰곰이 되새겨봐야 한다. 2010~2014년 5년간 우리나라의 연평균 총지출 증가율은 4.05%로 같은 기간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보다도 낮았다. 정부가 세입은 묶어둔 채 손쉬운 복지지출부터 삭감하는 등 소극적인 재정운영 기조를 고집해온 탓이다. 그러는 사이 가계부채는 1200조원에 육박하고 이자를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이 넘쳐나는 등 가계와 기업의 기초체력은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다.

냉정하게 말해 국제신용평가기관의 눈에 비친 우등생이란 ‘돈 될 만한 나라’이지 ‘건강한 나라’라는 뜻은 아니다. 11월말 기준으로 사상 최대 외환보유액(3684억6천만달러)에 44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 기록은 투자대상으로서의 높은 매력 요인은 될지언정, 그 이면에 드리운 그림자까지 말끔히 지워주지는 못한다. 역사상 최고 등급 평가를 받은 나라의 정부와 여당 입에서 ‘국가경제비상사태’ 운운하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난센스이거니와, 외부의 일면적 시선에 취해 가계 및 기업발 위기의 뇌관을 제거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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