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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치 낭인들의 쉼터로 전락한 공기업

등록 2015-12-21 18:35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임기를 한참 남겨둔 정치권 낙하산 출신 공기업 사장들이 최근 줄줄이 사퇴하고 있다. 어디서도 책임감 따위는 찾아보기 어렵다. 사장 임기가 이미 끝났는데도 후임을 선임하지 않은 공기업들은 한두 달은 족히 걸리는 경영진 공모 절차를 최근에야 시작했다. 그 자리에 정부가 또 총선 낙천·낙선자를 내려보낼 것이란 예측이 무성하다. 많은 보수를 받는 공기업 경영진 자리를 권력의 전리품으로 여기는 행태가 갈수록 태산이다.

낙하산 인사들은 공기업 사장 자리를 경력을 관리하며 잠깐 머무는 정거장 정도로 여기는 듯하다. 지난달 곽상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이 취임한 지 8개월 만에, 박완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도 취임 1년2개월 만에 최근 사퇴했다. 2009년 용산참사 당시 서울경찰청장으로 철거민 강제진압의 책임자였던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도 임기를 8개월 남기고 물러날 뜻을 밝혔다. 총선이 다가오면 사퇴하는 사람이 더 나올 수도 있다. 곽성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 김성회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의 이름이 거론된다.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현재 30대 공기업 사장 가운데 내부 승진자는 6명뿐이다. 낙하산 인사 가운데 관료와 정치인 출신이 14명에 이른다. 선거를 기다리는 이들이 임기 도중 사퇴하는 것은 마음이 콩밭에 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이를 묵인한다. 이래서는 장기계획에 따른 공기업 경영은 기대하기 어렵다. 낙하산 인사가 만연하니, 공기업 간부들 사이엔 언제 잘릴지 모르고 정치적 입김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임원으로 굳이 승진할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이 퍼져 있다고 한다. 후유증이 시간을 두고 나타날 게 뻔하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아예 고칠 생각이 없는 듯하다. 한국석유공사와 동서발전은 사장 임기가 진작 끝났고, 중부발전과 남부발전 사장도 오래 공석이다. 한국전력도 사장 임기가 끝났는데, 후임 공모 일정조차 잡지 않았다. 마땅한 이유 없이 인사를 마냥 늦추고 있다. 개각이나 총선 공천에서 밀려나는 사람들을 배려하려고 자리를 비워둔 것이란 분석이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실제 그렇게 인사를 한다면 그야말로 ‘막장 인사’의 완결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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