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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박 대통령, 국정보다 ‘진박 밀어주기’가 중요한가

등록 2015-12-22 18:29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 핵심 인사들의 이른바 ‘진박’(진실한 박근혜 사람) 밀어주기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21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박 대통령 참석 행사에 이 지역 총선 예비후보인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이 나와 대통령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17일 열린 경남 사천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기념식엔 역시 이곳에 출마할 예정인 최상화 전 청와대 춘추관장이 참석해 박 대통령 부근에 서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대통령 행사에 참석하려면 경호 문제 때문에 청와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지역 국회의원도 아닌 총선 예비후보를 행사에 참석시켜 대통령과 나란히 있는 모습을 언론에 노출시키는 의도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새누리당 경선후보 가운데 바로 이 사람이 대통령이 언급한 ‘진실한 사람’이란 걸 분명하게 각인시키려는 뜻일 것이다. 야당과 겨루는 총선 본선도 아닌 당내 경선을 앞두고 이런 식으로 자기 계파 사람을 노골적으로 밀어주는 대통령이 과거에 또 있었을까 싶다.

대통령이 그러니 친박 핵심 인사들도 눈치 보지 않고 ‘진박 후보’를 당원들에게 찍어주기 위해 혈안이 된 모습이다. 19일 대구 동을에서 유승민 의원과 경쟁하는 이재만 전 동구청장의 출정식엔 친박계 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이 전 구청장이 진실한 사람이란 건 여러분도 잘 알 것”(홍문종 의원)이라고 공공연히 ‘진박’ 감별을 했다. 정치적 예의라곤 찾아볼 수 없는 행동이다. 아무리 대통령 눈 밖에 났다 해도 4년간 동고동락한 같은 당 동료의원의 등에 이런 식으로 비수를 꽂는 건 우리 정치사에서 찾기 힘들 것이다. 오죽하면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들이 단체로 이를 비판하는 성명까지 냈을까.

문제는 박 대통령의 경선 개입이 앞으로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그칠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선 여론 비판이나 당내 논란엔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게 박 대통령의 ‘원칙’이다. 최경환 의원이 경제부총리직을 던지고 당으로 돌아간 건 그걸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보인다. 당내 경선이 가까워질수록 ‘누가 진박인가’를 놓고 온갖 주장이 난무할 텐데 이를 정리해줄 대리인으로 최경환 의원만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경제위기’를 내세워 그렇게 국회를 비판하더니 당내 정치를 위해선 정부의 경제사령탑을 손쉽게 바꾸는 대통령을 보면서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국정 운영보다 ‘진박’ 후원이 더 급한 건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진박’ 논란은 그 자체가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 커다란 정치적 부담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이를 방치하다 못해 아예 조장할 셈인지 묻고 싶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당내 정치에서 손을 떼야 한다. 친박 핵심들의 어쭙잖은 ‘진박 감별’ 행태도 즉각 중단시키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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