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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부 통계로 확인된 ‘헬조선’의 노동 현실

등록 2015-12-22 18:29

고용노동부가 ‘통계로 보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모습’이란 제목의 950쪽짜리 자료집을 내놓았다. 우리나라의 고용·노동 관련 통계를 한자리에 모은 것이다. 특히 최대한 국제통계 편제에 맞춰 한눈에 나라별 비교도 가능하도록 한 게 특징이다. 그간 세부 항목별로 각국의 통계 기준이 달라 불필요한 오해나 갈등을 불러오고 올바른 정책 해법을 찾는 데 걸림돌이 된 경우가 허다했다.

자료집에 드러난 노동 현실은 한마디로 음울하다. 더 많이 오래 일하는데도 소득은 제자리걸음이거나 뒷걸음질치고, 일자리마저 갈수록 불안정해지고 있다. 연간 취업시간은 비교 대상 32개 나라 중 2위인 반면, 임시직 노동자 비율은 29개 나라 중 다섯째로 높은 게 대표적이다. 특히 여성과 청년이 맞닥뜨린 현실은 훨씬 힘겹다. 여성 및 청년 고용률이 비교 대상 34개 나라 가운데 각각 27위와 29위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 크다. 성별 임금 격차가 100 대 69.7로 22개 나라 중 단연 1위를 차지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어쩌면 자료집에 담긴 내용은 숱하게 들어온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소득 불평등 확대 및 고용 불안정 증대와 서로 톱니바퀴 물리듯 엮여 악순환의 고리를 점점 견고하게 만드는 현실 말이다. 문제는 해법의 방향이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라 밖에선 노동시장 유연화를 밀어붙이는 기존의 정책기조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음을 눈여겨봐야 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물론이려니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성장에 치우쳤던 국제기구들도 임금과 소득 증대가 결국 성장을 이끌어낸다는 주장에 기꺼이 동참하고 있다. 각국에 몰아치고 있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 바람이 이를 잘 말해준다.

안타깝게도 박근혜 정부는 정반대의 길을 고집하고 있다. 2014년 말 ‘정규직 과보호론’을 들고나오더니, 2015년 한 해 내내 이미 한쪽으로 치우친 노사의 균형추를 노동에 더욱 불리하도록 손질하는 ‘노동개혁’을 밀어붙이는 데 매진해왔다. 전체 국민소득 가운데 노동의 몫을 키우거나 최소한 유지하려는 적극적 노력 없이 정규직-비정규직 갈라치기와 갈등·분열만 키우는 건 암울한 노동 현실을 개선하는 데 결코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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