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해 동안 연말마다 논란이 된 경기 김포 애기봉 등탑 점등 문제가 찬성-반대 단체의 합의로 해법을 찾았다. 북한 관련 사안을 둘러싼 남남갈등을 대화를 통해 푼 사례로 주목된다. 이번 합의가 꽉 막힌 남북 관계에 자극제가 되길 기대한다.
애기봉 십자가 등탑은 연평도 포격 직후인 2010년 재점등된 뒤 갈등의 소재가 됐다. 보수 기독교계는 ‘불을 밝혀 북쪽에 신앙을 전해야 한다’고 했고, 진보 교계와 다수 주민은 ‘주민에게 위험하고 남북 합의에 어긋난다’며 반대했다. 북쪽은 대응 사격을 언급하는 등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 결과 실제로 점등이 이뤄진 것은 2차례뿐이다. 지난해 안전을 이유로 등탑이 철거되자 보수 교계는 그 자리에 성탄 트리를 설치해 불을 밝히는 계획 등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번 합의는 점등 논란을 끝내고 ‘남북 평화의 등탑’을 애기봉과 북쪽 해물마을에 동시에 지을 것을 양쪽 당국에 요구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이번 합의는 평화를 핵심 가치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기독교의 역할은 갈등이 아니라 대화와 평화라고 믿는다”는 보수 쪽 김영일 목사의 말은 타당하다. “화합해주어 감사하다”며 그에게 무릎을 꿇고 큰절을 한 진보 쪽 문대골 목사의 행동도 진심이 느껴진다. 이번 합의의 정신은 남남 갈등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대북 전단 살포 문제를 푸는 데도 적용될 만하다.
더 중요한 것은 갈등 구조를 평화 구조로 바꿔 나가려는 남북 당국의 노력이다. 애기봉 등탑 문제만 해도 지난해 해병대 쪽이 안전을 이유로 철거한 뒤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질책하는 발언을 해 상황을 악화시킨 바 있다. 대북 전단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는 ‘살포를 중단시킬 법적 근거가 없다’며 소극적 태도를 보인다. 북한 또한 평화 움직임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예컨대 북쪽에 종교의 자유가 있다면 ‘남북 평화의 등탑’ 설치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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