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자회사인 대우증권을 매각할 우선협상 대상자로 미래에셋 컨소시엄을 24일 선정했다. 미래에셋이 대우증권을 최종적으로 인수하면, 자기자본이 8조원에 가까운 초대형 증권사가 탄생하게 된다. 정체 상태에 놓인 우리나라 금융투자업계에 혁신의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올해로 설립 45년을 맞은 대우증권은 그동안 수많은 금융 인재를 길러내, ‘증권 사관학교’라고 불리는 곳이다. 지금도 오프라인 주식중개와 투자은행 업무에 가장 강점이 있는 회사로 꼽힌다. 자기자본 규모도 엔에이치투자증권에 이어 업계 2위다. 모기업인 대우그룹의 부도로 2000년부터 산업은행의 관리 아래 들어간 대우증권이 이제라도 국책은행의 품을 벗어나 민간회사로 돌아가게 된 것은 대우증권을 위해서나 한국 증권산업을 위해서나 바람직한 일이다. 수많은 회사가 난립해 낡은 수익구조 안에서 제 살 깎아 먹기 식 경쟁을 벌이고 있는 업계에 미래지향적인 경쟁이 살아나고, 대우증권도 고유의 강점을 더 키울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자산관리 분야에서 국내 최고로 평가받는 미래에셋은 대우증권을 인수함으로써 일단 규모에서 다른 증권사를 모두 압도하게 되었다. 자기자본이 엔에이치투자증권의 거의 갑절이 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세계 금융시장에 명함을 내밀 만한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규모로도 세계 유수의 증권사에 견줄 바가 못 되고, 실력을 검증받는 데도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우선은 기업문화에 차이가 큰 두 회사를 잘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하고, 기존 사업모델을 벗어나 혁신금융을 창조하라는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증권사들도 이제 가만히 있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맞고 있음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엔 금융투자협회 소속 증권사가 57곳에 이른다. 대부분 위탁매매에 수익을 크게 의존하면서 주식시장의 부침에 따라 수익이 급변하는 천수답 경영에 머물고 있다. 어느 분야에서도 이렇다 할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회사들끼리 수수료율 낮추기 경쟁에 매달리면서, 점포와 인력은 줄어들고 있다. 자기 혁신을 게을리한 채 재벌 회사의 장식품 구실을 하는 증권사에 머물러 있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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