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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부동산 투기왕’을 교육 수장에 앉힐 셈인가

등록 2015-12-25 18:41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 광진구 자양동과 양천구 목동, 서초구 서초동 등에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4채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거래가로 따지면 거의 4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곳들은 한결같이 서울의 노른자위 지역으로 과거에 투기 열풍이 강하게 불었던 곳이다.

이 후보자가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소유한 자양동 스타시티 주상복합 아파트의 경우는 그중에서도 특별나다. 서울 강북의 고급 주거 문화를 대표하는 곳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이곳은 지난 2003년 5월 청약기간에 무려 8만9천여명(평균경쟁률 76 대 1)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었다. 국세청이 직원들을 대거 투입해 투기 열기를 식히려 안간힘을 썼으나 역부족일 정도였다.

교육부 인사청문회 지원팀은 “스타시티는 아파트가 아니라 오피스텔”이라며 “공시지가를 반영한 총재산은 16억6480만원”이라고 해명했으나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다. 최근에 나온 부동산 매매 동향 자료를 보면, 스타시티의 38평형이 10억여원에 매매됐다고 하니 이 후보자가 소유한 76평형의 시가가 어느 정도일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을 떠나 교육부 해명자료는 이 후보자가 왜 그렇게 많은 집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이 후보자는 목동과 서초동의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각각 8억원, 2억원에 전세를 주고, 서초동의 다른 오피스텔 한 곳에서는 110여만원의 월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유한 부동산으로 짭짤한 임대 수익을 올리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집 없는 서민들이 치솟는 전월세로 고통받고 있는 현실에서 집을 4채씩이나 가진 사람이 공직을 맡겠다고 나서는 것은 뭔가 단단히 잘못된 일이다. 게다가 이 후보자의 둘째딸은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국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놓고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자조적인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런 사람이 자라나는 세대들을 가르치는 교육의 수장 자리에 오르는 게 맞는지 심각하게 의문이 든다.

박근혜 정부의 공직후보 검증팀은 이번에도 역시 후보자들의 중대한 도덕적 흠을 눈감고 지나갔다. 검증팀의 안이한 판단과 무감각증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너무나 실망스럽다. 지금 서민들 사이에서는 “교육부총리가 아니라 부동산 투기왕을 뽑는 것이냐”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음을 청와대는 알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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