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시간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주고, 강사의 임용 계약 기간을 1년 이상으로 하게 한 고등교육법 개정 조항의 시행이 2년 뒤로 또 미뤄졌다. 2010년 조선대 시간강사가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계기로 논의를 시작해 2년 만에 만든 ‘시간강사법’은 애초 2013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것이다. 이미 두 차례나 시행을 연기했음에도, 또 시행을 미루는 법안이 국회 상임위에서 가결됐다.
시행 유보는 부작용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계약 관계에서 약자인 이들을 보호하려는 선의의 입법이 반드시 의도한 결과만 낳는 것은 아니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쪽이 계약을 아예 맺지 않아도 되는 길이 열려 있다면, 약자가 보호를 받기는커녕 일자리마저 잃는 일이 생긴다. 시간강사법의 문제점도 비슷했다. 법을 시행하면 추가 부담을 지게 되는 대학들이 반대하는 가운데, 시간강사들 사이에서도 대량 해고사태를 우려해 시행을 반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법 개정 취지에 어긋나는 결과가 우려됐던 것이다.
이런 문제점이 새삼스레 제기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동안 손을 놓고 있던 교육부의 안일함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해 조정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교육부만 쳐다보고 있다가 시행 유예라는 쉬운 길을 택한 국회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얼마 전 젊은 시간강사 김민섭씨는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을 통해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인 바 있다. 전체 대학 강의의 30% 정도를 맡고 있는 시간강사들에게 아무런 희망을 주지 못하면서, 교육의 미래를 논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시간강사법의 시행을 2년 유예했다고 교육부와 국회가 또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서는 안 된다. 국회는 내년 8월까지 교육부가 새 개정안을 국회에 내도록 요구했다. 우선 교육부가 이번에야말로 대학과 교수단체, 강사단체의 의견을 폭넓게 들어 취지를 잘 살릴 수 있게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학과 교수들은 학문 연구와 교육이라는 배에 함께 탄 존재로서, 시간강사들을 위해 기득권을 일부 내려놓는 자세로 논의에 나서기를 바란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