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군대 위안부 문제를 위한 한-일 외교 당국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27일 양국 국장급 협의를 한 데 이어 28일에는 외무장관 회담을 연다. 사전 분위기는 일본 쪽이 주도하는 모양새이다. 24일 아베 신조 총리가 기시다 후미오 외상에게 연내에 한국을 방문해 타결을 모색하도록 지시한 이후 일본 미디어들은 일본 정부 쪽에서 흘러나오는 방안들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기금의 규모를 늘리고 정부 책임을 애매하게 인정하되 한국 정부가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을 철거하고 이번 합의가 위안부 문제의 최종 해결임을 보장해야 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외무장관 회담을 앞두고 한국의 여론을 떠보려는 의도이거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신경전이라고 볼 수 있으나, 일방적인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한-일 간의 최대 쟁점인 위안부 문제를 외교 협상을 통해 빠른 시일 안에 최종적으로 타결하자는 생각에 대해, 어느 누구도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한·일 양쪽에서 이제까지 여러 가지 다양한 해결책이 제기되어 왔지만, 핵심 쟁점은 위안부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된 문제인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일본 쪽은 위안부 문제도 청구권협정으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되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법적 책임은 없으며 단지 인도적 책임으로 무언가를 해볼 수 있다는 자세이다. 이에 반해 우리 쪽은 위안부 문제는 협정 당시에 거론되지도 않았으며 해결되지 않은 문제라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2005년 당시 이해찬 국무총리가 주재한 ‘한일회담 문서 공개 후속대책 관련 민관공동위원회’가 발표한 견해가 가장 권위적인데, 위안부 문제는 사할린 동포, 원폭 피해자 문제와 함께 협정에서 해결된 것으로 간주할 수 없고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 당시 일본 쪽이 가장 성의를 다해 제시했다고 한 ‘사사에 안’을 거부한 것도 일본이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일본 정부 소식통이나 미디어를 통해 나오는 안은 어떤 수사가 붙어 있든,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은 없다’는 논리를 고수하고 있다. 변한 것이 있다면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기금의 규모를 대폭 늘리겠다는 것뿐이다. 더욱이 이와 함께 소녀상 철거와 위안부 문제제기의 완전 봉인을 요구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돈을 더 줄 테니 소녀상도 철거하고 더 이상 문제제기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제까지 한국 쪽이 위안부 문제를 제기해온 것은 일본 쪽으로부터 돈을 더 받아내자고 한 것이 아니다. 인간의 존엄을 인정받자는 것이다. 정부는 본말을 잘 헤아려 일본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어떤 방안에도 섣불리 타협해선 안 된다. 나라의 위신이 걸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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