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말 3만2천채이던 주택 미분양 물량이 한달 만인 11월 말에 5만채 가까이로 늘었다.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초의 16만6천채에 견줘보면 3분의 1을 밑도는 수준이지만, 한달 새 증가율이 54.3%에 이를 정도로 증가세가 가팔랐다. 인기가 많은 수도권의 면적 85㎡ 이하 중소형 주택에서 미분양이 집중적으로 늘었다. 대출 규제 완화를 앞세운 부동산 경기 부양책에 빨간불이 켜진 것으로 봐야 한다.
올해 주택 분양 물량은 49만3천채로 그 전 5년간의 평균인 27만5천채의 1.8배나 됐다. 저금리에다 대출을 받기도 쉬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주택 가격이 오르자, 집을 사자는 사람이 많았던 까닭이다. 연말에 갑자기 미분양이 급증한 것은 분양 물량이 쏟아진 데서 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10월과 11월의 분양 물량은 15만7천채로 11월까지 총분양 물량의 30%를 넘었다. 공급이 이렇게 많았던데다, 미국 금리 인상 추이를 관망하자는 심리가 퍼진 것도 미분양을 늘린 원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부동산 경기 호황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도 분명해지고 있다. 10월까지 전국에서 건축 인허가를 받은 주택은 60만4천채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3%나 늘었다. 연말까지는 25년 만에 처음으로 70만채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급은 계속 늘어날 터인데, 수요는 억제할 변수가 많다. 시장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고, 내년 2월부터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도 조금 강화된다. 가계부채도 위험수위를 넘어 가계의 주택 구입 여력은 약해질 것이다.
주택 경기 호황은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는 상당한 기여를 했다. 올해 실질 경제성장률이 2.7%로 추정되는데, 건설투자 증가율은 4.2%에 이른 것으로 정부는 추정한다. 이런 불균형 성장은 오래가기 어렵고, 대가를 요구한다. 미분양 해소를 위해 추가 부양책을 쓰기보다는 주택 건설 경기가 조금 식도록 내버려두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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