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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등록 2015-12-31 20:48

의례적인 새해 덕담 나누기도 힘겨운 세상이다. 나라 꼴을 한없이 추락시키고 있는 박근혜 정부가 세밑에는 굴욕적 협상을 통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가슴에 돌덩어리 하나를 더 얹었다. 하지만 캄캄한 어둠 속에서 작은 불빛이라도 싹터 오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새해를 맞는다. 그리고 그 작은 불빛이 골고루 퍼져나가 온 세상을 따스하게 비춰주는 내일을 꿈꾼다. 바로 ‘더불어 행복한 세상’이다.

인간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가 행복이라는 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양태는 다양하지만 모두 자신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기업이나 사회단체, 국가도 그 구성원의 행복을 증진하는 데 기여할 때만이 존재 의미가 있다. 그리고 행복은 홀로 이뤄지지 않는다. 불행한 이웃을 두고 행복하다면 그건 정상이 아니다. 함께, 더불어 행복할 때만이 인간은 진정한 행복을 느낀다.

우리 현실은 어떤가. 행복이란 말을 입에 올리기조차 민망할 정도로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의 자살률, 최저의 출산율 등 각종 국제기구의 통계 수치까지 들먹일 것도 없다. 지난해 유행했던 ‘헬조선’(지옥 같은 대한민국)이란 말이 우리 현실을 단적으로 대변한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 사회는 발전 동력을 상실한 채 머잖아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이제 우리는 행복을 우리 사회의 핵심 가치로 상정하고, 모든 정책과 제도의 틀을 행복지수를 높이는 쪽으로 전면 재편해야 한다.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몇 위고, 경제성장률이 몇 퍼센트라는 식의 껍데기 수치에만 매달려서는 희망이 없다. 물질적 행복뿐 아니라 심리적 안정감이나 국가적 자긍심, 사회적 연대 등 정신적 행복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가장 시급한 일은 경제구조를 재편하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경제정책은 국민행복보다 경제성장 자체에 집중됐다. 그 과정에서 대기업 편중이 강화되는 등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소득 불평등은 더욱 심화됐으며, 공정한 시장질서 등 경제정의는 실종됐다. 그 결과 경제적으로 궁핍해진 다수의 국민이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경제성장이 국민행복을 보장하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더욱이 우리 경제는 이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앞으로 기껏해야 3% 안팎의 성장률에 머물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공정한 분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 강화, 일자리 나누기 등을 통해 다수 국민의 경제 소득을 일정 정도 보장해주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국민의 물질적 행복을 충족시킬 최소한의 기본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길밖에 없다.

경제적 소득이 충족됐다고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다. 사회적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가족, 이웃, 지역사회, 국가 등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공동체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행복감을 느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각자도생의 치열한 경쟁 사회이다. 국가가 이를 조장해온 측면도 있다. 경쟁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과도한 시장경제 원리를 사회 전반에 적용함으로써 자기 이외의 상대방을 모두 경쟁 상대로 인식하게 했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도 이처럼 공동체 구성원들이 약육강식의 경쟁 관계에 있으면 개인의 삶은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교육 현장이나 직장, 지역사회 등에서 상대방을 더불어 살아가야 할 존재로 인식하도록 공동체 연대의식을 강화하는 범사회적 노력이 그래서 중요하다.

정치제도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용되고 있는지도 구성원들의 행복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민주주의를 30~40년 전으로 퇴행시키고 있는 박근혜 정부가 국민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현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미 용도 폐기된 ‘국민행복시대’ 같은 입에 발린 구호가 아니라 국민이 주인으로서 제대로 대접받으면서 행복을 느끼는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국제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소수 권력집단에 의해 운영되는 국가라는 법률적 조직체의 이해가 아니라 다수 구성원의 이익을 우선하는 쪽으로 외교가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다. 그래야 국민이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되고, 국민의 행복이 증진된다. 지난 연말 이뤄진 한-일 간의 위안부 협상에서 보듯 국가와 국민이 괴리되면 국가는 국민행복을 증진하기는커녕 국민을 절망에 빠뜨리는 존재로 전락한다.

세계 각국은 지금 모든 대내외 정책의 초점을 국민행복지수 높이기에 맞추고 경쟁적으로 행복 정책 개발에 나서고 있다. 2013년 유엔이 ‘세계행복보고서’를 발간한 이후 나라마다 다양한 지표를 만들어 국민의 행복 수준을 측정하고, 이에 맞춰 정책 전반을 조정해 나간다. 우리도 그동안 줄기차게 추진해왔던 경제 성장과 발전이 과연 국민의 행복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깊이 성찰하고, 모든 정책 목표를 국민행복 증진에 맞춰야 한다.

국민주 신문인 <한겨레>도 지난해 3월부터 구성원들의 뜻을 모아 한국 사회에서의 존재 의의와 역할을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언론’으로 재정립했다. 앞으로 다양한 기획 기사와 포럼, 행사 등을 통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자 한다. 독자 여러분도 더불어 행복한 세상 만들기에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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