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우리나라의 연간 교역량이 5년 만에 1조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집계(잠정) 결과, 지난해 수출과 수입을 더한 연간 총무역규모는 9640억달러(약 1135조원)를 기록했다. 2014년의 1조982억달러보다 12.2% 줄어든 수치다. 2011년 세계에서 아홉번째로 ‘1조달러 클럽’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지 4년 만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저유가라는 외풍이 워낙 거센 한 해였기에 예년만 못한 성적을 무조건 우리 탓으로만 돌릴 필요는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교역량은 전년도에 견줘 12%나 감소했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교역 환경 자체가 매우 나빴다는 얘기다. 주요 수출국들이 하나같이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우리나라는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6위의 수출국으로 한 단계 올라섰으니, 그나마 ‘선방’했다고 볼 만도 하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걱정스런 대목이 적지 않다. 수출과 수입이 동반감소하되 수입이 수출보다도 더 크게 줄어드는 추세가 되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뚜렷하게 자리를 잡았다. 최종 수출품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나 중간재 구매를 아예 일찌감치 줄일 정도로 우리 경제의 대외 선순환 구조가 깨지고 성장세에 활력을 잃었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 지난해엔 월간 기준으로 단 한차례도 빼놓지 않고 수출과 수입이 모두 감소했고, 특히 수입은 1년 내내 두자릿수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렇다 보니 사상 최대 규모(904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 기록도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치기 십상이다.
문제는 새해 대외환경 역시 더욱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지난 연말 배럴당 30달러 선까지 떨어진 국제유가는 하락세를 계속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40년 만에 원유 수출을 재개하는데다, 이란마저 핵 타결 이후 원유 수출에 나서는 등 공급과잉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탓이다. 중국의 경기둔화마저 더욱 심해질 경우, 조선·석유화학·철강 등 우리나라 주요 수출 품목은 올해에도 고전을 면하기 어렵다.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 경제 특성상, 뭐니 뭐니 해도 나라 살림살이의 큰 방향을 좌우하는 건 수출이다. 내수는 경기 진폭을 줄여주는 완충지대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수출시장 다변화 등에 힘써야 하겠으나, 결국엔 기업들 스스로 제품과 기술의 경쟁력 자체를 높이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는 길만이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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