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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일부 재벌 회장들의 비뚤어진 행태

등록 2016-01-05 18:36수정 2016-01-05 21:05

금호그룹이 공익사업을 위해 설립한 공익법인이,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되찾는 과정에서 핵심고리 노릇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벌 총수가 조세감면 등의 각종 혜택을 누리는 공익법인을 정작 자신의 그룹 지배권을 유지·강화하는 데 악용한 대표적 사례라 할 만하다.

경제개혁연대가 5일 발표한 ‘재벌의 공익법인 악용 현황 및 보완대책’ 보고서를 보면, 금호그룹이 세운 금호아시아나재단과 죽호학원 등 공익법인 두 곳과, 이들 공익법인이 100% 출자한 3개 계열사는 박 회장이 그룹 지주회사 격인 금호산업 인수를 위해 설립한 금호기업에 모두 650억원을 출자했다. 공익법인의 돈을 애초 목적과 달리 총수의 경영권 확보에 끌어쓴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된 3개 계열사는 아시아나항공의 청소와 케이터링, 시설관리를 맡고 있다.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축적된 자금을 총수의 경영권 확보 밑천으로 쓴 셈이다.

현행 법질서를 비웃는 재벌 총수들의 일탈행위는 좀체 끊이지 않는다. 최근 ‘이혼 편지’ 소동을 일으킨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의 경우, 최 회장의 내연녀가 에스케이그룹 핵심 계열사인 에스케이하이닉스의 납품업체와 고급아파트 매매거래를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우연으로만 넘기기엔 너무 묘한 인연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에스케이 쪽은 아니라고 하지만, 앞서 내연녀가 또 다른 계열사들 사이에서 20억원대 고급주택을 사고팔며 8억~9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의혹도 나왔다.

이런 사례들은 의도나 용도와는 무관하게 재벌 총수들이 회삿돈을 쌈짓돈처럼 사용하는 비뚤어진 행태가 여전히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회사를 회장 개인의 사유물쯤으로 여기는 전근대적 의식구조의 반영이다. 지난해 회사가 이룬 8조원대 기술 수출 성과를 함께 나누고자 1100억원대 개인 보유 주식을 전 직원에게 무상 증여하기로 한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결정이 ‘희귀한 미담’으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이 씁쓸할 뿐이다.

미국 정보업체 블룸버그가 발표한 ‘세계 400대 부자’에 오른 한국인 5명은 모두 상속으로 부를 넘겨받았다. 259명(65%)이 자수성가형 부자라는 사실과 대비된다. 기업의 장기적 가치를 훼손하고 경제의 역동성을 갉아먹는 장본인은, 아직도 회삿돈을 제 주머닛돈처럼 굴리고 부의 편법 대물림에만 몰두하는 일부 재벌 회장들임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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