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치 근로소득에 대한 과세 내역을 담은 <국세통계연보>가 나왔다. 연간 과세 대상 근로소득이 6천만원을 밑도는 근로자의 실질 소득세 부담은 전년에 견줘 대체로 줄고, 소득이 그보다 많은 이들의 세부담은 조금 늘었다. 과세의 근거가 된 2013년 세법 개정을 두고 여야 정치권과 언론이 중산층·서민 세금폭탄이라고 맹공격을 가한 것과는 매우 다른 결과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는 것을 뼈대로 한 2013년 세법 개정은 그해 8월 정부안이 발표될 때부터 논란이 많았다. 정부가 연소득 3450만원 이상인 근로자의 세부담이 늘어나게 설계했다고 밝히자 여론의 반발이 거셌고, 대통령의 수정 지시로 소득 기준선을 5500만원으로 높였다. 그럼에도 지난해 초 연말정산 때 환급액이 줄거나 세금을 더 내게 되는 사람들이 나오자 여론이 다시 들끓었다. 결국 정부는 541만명에게 4227억원을 환급하는 보완대책을 내놨다.
보완대책의 영향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근로소득 세액공제율과 공제 한도를 확대한 것이 핵심이라 환급 대상이 골고루 분포해 소득계층별 세부담에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환급액도 전년 대비 증가한 세액 3조1100억원에 견주면 많은 액수가 아니다. 하지만 이미 정산해 걷은 세금을 다시 돌려준 것은 유례없는 정책 혼선이었다. 정부가 세제 개편 내용을 납세자에게 미리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하지 못해 빚어진 일이다. 세수기반 확충이 절실한 현실을 외면하고 눈앞의 표만 생각한 정치권의 행태에도 아쉬움이 크다.
문제는 보완대책의 결과 근로소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은 근로자가 796만명으로 전년에 견줘 291만명이나 늘어났다는 점이다. 근로소득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은 전년의 31.03%에서 47.9%로 커졌다. 한푼이 아쉬운 저소득계층에게 세금을 면제해주는 것은 언뜻 좋은 정책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고소득자의 낮은 세금 부담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된다는 점에서 폐해도 매우 크다. 2014년 통계를 보면, 연봉 8천만~1억원인 사람이 내는 세금도 과세 대상 소득의 8%에 머문다. 소득격차가 매우 커져 이를 보완하기 위한 국가의 구실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시대다. 저소득 근로자도 소액이라도 세금을 내고, 고소득자는 지금보다 더 많이 내는 쪽으로 소득세제를 고쳐 나라살림에서 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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