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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노동계 들러리 세운 ‘노동개혁’의 한계

등록 2016-01-11 20:44수정 2016-01-11 20:44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11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노사정 합의 파기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탈퇴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인 끝에 결정을 19일로 일단 미뤘다. 이로써 ‘9·15 노동시장 구조개편에 관한 노사정 합의’는 넉달 만에 찾아온 파탄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하지만 노동계 내부의 불신의 골이 워낙 깊어 9·15 합의가 더 이상 지속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어렵사리 이룬 노사정 합의가 파탄 직전에까지 몰린 것은 노동계의 일방적 양보 위에 선 ‘기울어진’ 합의이기 때문이다. 애초 기초가 매우 부실했다. 2014년 말부터 4대 개혁의 하나로 노동개혁을 전면에 내세운 박근혜 정부는 개혁의 기본방향을 오로지 정규직 과보호 해소와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한 청년실업 해소에만 맞춰왔다. 정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일찌감치 밀려나는 게 실제 노동현장의 현실임에도, 노동자들은 고용절벽과 마주한 청년세대의 일자리를 늘려준다는 명분에 밀려 아무런 보완책도 없이 근로조건의 심대한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했다. 저성과자 해고 가능성을 공식화한 것도 ‘쉬운 해고’의 길을 더욱 활짝 터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노사정 합의 이후 정부가 보인 행태도 문제다. 정부는 이른바 5대 입법 처리 시한을 일방적으로 못박고는 기간제법·파견법 등 노사정 합의 당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추후과제로 넘긴 쟁점법안마저 제 입맛대로 밀어붙이는 데 몰두했다. 그러면서도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대·중소기업 임금·복지 격차 축소 등 노사정이 협력을 통해 해법을 찾기로 약속했던 숱한 의제는 아예 논의조차 시작하지 않은 상태다. 한국노총으로 하여금 부담을 감수하면서 합의 파기라는 벼랑 직전까지 내몬 일차적 책임은 거듭 노동계의 불신을 자초하고 합의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한 정부에 있다.

경제 현실이 녹록지 않고 청년실업이 심각하다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다. 우리 사회에서 노동개혁의 필요성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다만, 이제라도 정부가 깊이 새겨야 할 게 있다. 현대 사회가 굳이 노동법이라는 울타리를 마련한 이유는 노사의 관계는 ‘대등한 개인들의 자유로운 계약관계’라는 근대 시민법 원리를 넘어서야 한다는 각성과 반성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노동계를 들러리 세운 ‘노동개혁’의 초심부터 잘못되지는 않았나 진지하게 뒤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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