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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큰 고비 넘은 ‘삼성전자 백혈병’ 사태와 교훈

등록 2016-01-12 18:43

‘삼성 백혈병’ 문제와 관련해 삼성전자와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등 3자가 재발 방지 대책을 담은 최종합의서에 12일 서명했다. 독립기구인 옴부즈맨위원회를 설치하고, 이 위원회가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현장을 종합점검하고 개선안을 마련한 뒤 이행 여부 점검까지 맡도록 한다는 내용이 뼈대다.

핵심 쟁점인 재발 방지 대책에 3자가 대화를 통해 합의함으로써 삼성 백혈병 문제는 최종 해결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2007년 3월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황유미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지 거의 9년 만이다. 높이 평가하고 환영한다.

삼성 백혈병 문제의 사회적 해결을 위해 구성된 조정위원회는 지난해 9월 피해보상과 사과, 예방대책 등 3가지 의제의 조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조정위는 삼성전자가 10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해 공익재단을 설립하고, 이 재단에서 피해보상과 예방대책 마련에 나서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공익재단 설립을 두고 참여주체 간의 이견이 좀체 좁혀지지 않았다. 이번에 나온 최종합의서는 공익재단 대신 옴부즈맨위원회를 두되, 3년 임기의 옴부즈맨위원회 위원장은 조정위원회가 직접 선임하도록 해 외부 감시 기능을 최대한 살리도록 했다. 삼성전자와 같은 대형 사업장의 직업병 문제가 갖는 사회적 성격을 인정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커다란 장애물을 넘어섰지만, 남은 과제도 있다. 지금까지 보상을 신청한 피해자 150명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회사가 마련한 자체 기준에 따라 피해보상을 받았으나, 여전히 몇몇 피해자는 삼성전자가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보상 절차에 반발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삼성 쪽은 “사실상 완전 타결”이라고 하는 데 반해, 반올림 쪽은 “사과와 보상 문제는 아직 남아 있다”고 여운을 남기고 있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쟁점인 재발 방지에 어렵게 합의한 만큼 이 문제도 상생의 정신을 바탕으로 슬기롭게 풀어내기 바란다. 추가 피해자가 나올 경우의 구체적인 보상대책 등에 대한 보완책 마련도 필요할 것이다.

삼성전자와 같이 국제적인 첨단기업의 사업장에서 발생한 백혈병 문제는 21세기 산업재해의 새로운 유형이자, 글로벌 기업이 맞닥뜨릴 수 있는 새로운 경영 위험이라 할 수 있다. 백혈병 발병 사실이 처음 알려지자 “겨우 몇 명이 백혈병에 걸린 건 우연”이라며 발뺌하던 삼성의 태도가 오늘 합의에 이르기까지 9년이라는 오랜 세월이 흘렀다. 그사이 이미 목숨을 잃은 피해자도 여럿이고, 피해자와 그 가족이 견뎌야 했던 고통도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번 합의는 아까운 시간만 허비하며 불필요한 갈등과 비용만 물어야 했던 어리석음을 두 번 다시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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