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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총선 선심공약’ 걱정보다 ‘보육대란’ 수습이 먼저

등록 2016-01-13 18:27수정 2016-01-13 18:27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새해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지금의 상황을 “안보와 경제의 동시 위기 비상상황”이라고 말했다. 그 진단이 맞는지는 생각해볼 문제지만, 만약 그렇다고 해도 최종 책임은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박 대통령은 그런 인식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모든 것을 ‘남 탓’으로 돌리면서 자화자찬하기 바빴다. 역설적으로 이날의 회견은 당면한 국정운영 ‘위기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확인해줬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부터 그렇다. 박 대통령이 최소한의 상식이라도 갖추고 있다면 기자회견 자리를 빌려 피해자들에게 합의 내용을 사전에 알리지 않은 점을 사과하고 간곡히 양해를 구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피해자들이 요구해온 세 가지 뜻이 충실하게 반영됐다” “이제 와 무효화를 주장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며 항변과 변명만 늘어놨다. 박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를 설명하면서 “노력한 것은 인정할 만하다” “평가해야 한다” 따위의 어법을 구사한 것도 쓴웃음을 짓게 한다. 일본과의 합의를 순전히 ‘외교부 결정’인 것처럼 말하는 ‘유체이탈 화법’의 정수다.

박 대통령은 이날도 노동 관련 법안 등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주장하면서 정치권을 비판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심지어 “월남이 패망할 때 지식인들은 귀를 닫고 있었다”는 등의 엉뚱한 말까지 동원했다. ‘쟁점 법안’들은 말 그대로 사회적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서 있는 사안이다. 노동 관련 법안만 해도 노동계의 일방적 양보만을 강요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이 나서 달라”고 말했으나, 지금 상당수 국민은 정부의 일방적인 몰아붙이기에 반발해 ‘거리로 나서고 싶은’ 심정이다. 정부 정책을 환영하는 사람만 국민이고,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드는 사람은 ‘비국민’이라는 인식에서 박 대통령은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정책이 쏟아져 나오지 않을까 겁이 난다”고 말한 대목에 이르면 더욱 할 말을 잃는다. 대선 과정에서 ‘0~5세 보육 국가 완전책임제’라는 선심성 공약을 내걸었다가 파기한 사람으로서는 너무나 뻔뻔한 말이다. 박 대통령은 총선 선심 공약을 걱정하기에 앞서 자신의 공약 파기로 비롯된 보육 대란부터 수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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