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등 7개 경제 관련 부처가 14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새해 첫번째 업무보고를 했다. ‘내수·수출 균형을 통한 경제활성화 방안’이란 이름으로 여러 정책을 밝혔는데, 이름에 걸맞은 알맹이는 보이지 않는다. 화려한 비전이나 낙관적인 전망과 달리, 경제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음에도 정책의 기조는 조금도 달라진 게 없다.
기획재정부는 자화자찬부터 했다. 정부가 2014년부터 추진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으로 혁신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국민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사상 최고치에 이른 주택거래량, 시간제 일자리만 크게 늘린 고용률 상승, 국회 입법조사처가 여러 문제점을 지적한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 완료를 혁신 성과라고 앞세우는 게 공감을 얻을지 의문스럽다.
수출 대책으론 수출 구조와 지원 방식을 전면 혁신해 수출 회복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표현은 그렇게 했지만,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칠 만한 내용은 없다. 세계 경제, 특히 중국의 경제 상황을 보면 수출 회복이 쉽지 않은 국면이다. 수출을 지원한다고 다른 경제 부문을 크게 희생시키는 대책은 쓰지 않는다는 점을 오히려 다행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내수는 ‘회복세 유지’를 목표로 삼았는데, 세부 정책엔 임기응변식 대응이 많다. 1분기 이른바 ‘소비절벽’을 막기 위해 재정지출을 지난해보다 8조원 늘리는 것은 하반기의 재정지출이 줄어들어 부담이 뒤따를 것이다. 지난해 말 했던 코리아그랜드세일 행사를 2월에 열고 11월에 대규모 할인행사를 정례화하는 것도 일시적으로 소비를 늘릴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로 하여금 할인행사를 기다려 소비를 미루게 할 위험이 있다. 월세로 바꾸면서 받은 전세보증금으로 높은 수익률 내는 금융상품을 개발해 월세를 충당하게 하겠다는 정책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구조적 문제는 소비 부진의 장기화다. 수출 대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려고 노동에 대한 보상을 줄여온 까닭이다. 가계 소득은 늘지 않고 빚만 늘어가고, 일자리 불안이 심화하는데 소비가 살아나기는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은 노동개혁을 통한 일자리 확충을 강조했는데, 일자리의 질을 희생시켜 약간의 고용을 늘린다고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것은 최근 2년간의 경제지표에서도 잘 드러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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