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매도가 계속되면서 20일 코스피지수가 5개월 만의 최저치인 1845로 떨어졌다. 거래일수로 33일째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외국인 투자가들이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외국자본이 이탈하면서 달러 값도 올라 원-달러 환율은 5년6개월 만의 최고치인 1214원대로 뛰었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우리나라 실물경제가 앞으로 더 나빠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는 게 정확한 해석일 것이다.
물론 주가 하락이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올해 들어 다우(미국), 닛케이225(일본), 유로스톡스(유럽) 등 선진국 증시의 주요 지수도 10% 안팎 떨어졌다. 코스피지수의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작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자본이 빠져나가면서 통화가치도 떨어지고 있다. 통화가치 하락은 자본 이탈을 더 부추길 수 있고, 경제주체들의 투자·소비 심리에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
사태의 핵심에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가 있다. 중국은 20일 2015년 국내총생산이 전년 대비 6.9% 성장해 7%를 밑돌았다고 발표했다. 분기 성장률은 연말로 갈수록 떨어졌다. 중국 경제가 이른바 ‘경착륙’을 할 것이라는 근거는 뚜렷하지 않다. 지난해 공업생산 증가율이 6.1%에 그쳤지만, 국내총생산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었고, 소매 매출도 10.7% 증가해 비교적 견조했다. 그렇다고 중국 경기가 곧 상승 반전하기를 기대하기는 더 어렵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일 세계경제 전망에서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이 6.3%에 그칠 것이라고 봤다. 지난해 10월 전망했던 것과 같지만 지난해보다 훨씬 낮을 것이란 전망이다. 세계 교역이 더 감소하고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올해 신흥국 성장률도 지난해 10월 전망했던 4.5%보다 0.2%포인트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계속 낙관론을 펴왔다. 올해 성장률을 지난해(2.6%)보다 높은 3.1%로 보고 경제정책을 짰다. 최근의 여러 경제지표들은 이런 전망이 습관으로 굳어진 근거 없는 낙관론에 기댄 것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수출 여건이 예상보다 나빠지고 있고 내수에서 총수요를 보강해야 할 형편이다. 그럼에도 올해 재정정책은 사실상 긴축으로 편성했다. 경제 전망을 현실에 맞게 고치고, 서둘러 보완 대책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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