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에서 장관과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지낸 인사들이 대구에 대거 출마하면서, 자신들만이 ‘진박’(진실한 박근혜 사람)임을 과시하기 위한 모임을 만들어 집단적인 경선 운동에 나섰다. 가당치도 않은 퇴행적 행동이다. 아무리 대구가 집권여당 텃밭이라 해도 유권자 마음을 얻을 생각은 않고 오로지 ‘진박 홍보’에만 기대겠다는 사람들이 과연 ‘진실한 사람들’인지 묻고 싶다.
이 모임의 면면을 보면,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얼마 전까지 정부 고위직에 있던 이들이 다수다. 공직을 내던지고 대통령 고향에 내려와서 금배지를 탐하는 행태도 보기 흉한데, 이렇게 ‘진박’ 타령이나 하고 있으니 목불인견이다. 선거란 정책과 노선, 비전을 유권자에게 제시하고 선택을 받는 과정이다. ‘진박 연대’ 후보들에겐 이런 건 눈 씻고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대통령을 향한 구시대적 충성 경쟁만 있을 뿐이다.
정치가 거꾸로 흘러가는 데엔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이 누구보다 크다. 박 대통령은 야당뿐 아니라 여당 내부에서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인사들을 콕 찍어 “배신의 정치는 국민이 심판해야 한다. (총선에서)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 달라”고 노골적으로 ‘진박 마케팅’을 선도했다. 그러니 여당의 모든 후보들이 ‘진박’을 팔고 다니고 그런 와중에 ‘우리가 진짜 진박’이라 주장하는 ‘진박 연대’까지 나오는 것이다.
당내 경선에서 이런 소동이 벌어지는데도 박 대통령은 ‘나를 팔지 말라’는 말 한마디 하질 않는다. 이는 대통령의 경선 개입과 사실상 다를 게 없다. 대통령은 입만 열면 국회가 국민을 외면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런 행태를 수수방관하는 게 바로 유권자를 우롱하는 것이다. 대구에 출마하는 전직 고위 관료들은 어쭙잖은 ‘진박 놀음’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새누리당도 공정한 경선을 위한 조처를 취하는 게 옳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