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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문화방송 경영진의 충격적인 ‘보복성 해고’

등록 2016-01-25 01:09

<문화방송>(MBC)의 핵심 경영 간부가 2012년 파업 당시 해고자와 관련해 ‘증거가 없다는 걸 알고도 해고시켰다’고 말한 사실이 녹음파일과 녹취록을 통해 드러났다. 당시 경영진이 특정 직원을 겨냥한 ‘보복성 해고’를 버젓이 저질렀음을 자인한 것으로 매우 충격적이다.

<한겨레>가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녹음자료를 보면,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당시 경영기획본부장)은 2014년 4월 한 우파 매체 고위 간부와 만난 자리에서 “최승호하고 박성제 해고시킬 때 그럴 것(기각)을 예측하고 알고 해고시켰다. 증거가 없다. 그런데도 가만 놔두면 안 되겠다 싶어서 해고를 시켰다”고 털어놨다. 문화방송 경영진은 2012년 노조가 공정방송 수호와 김재철 사장(당시) 퇴진을 주장하며 170일 동안 파업을 벌이자, 노조 간부와 노조원들에게 해고·정직 등의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특히 최승호 피디와 박성제 기자 두 사람은 평조합원인데도 해고됐다. 백 본부장은 이밖에 “우리가 좀 사람을 키워야 한다”, “인사검증 한답시고 지역도 보고 여러 가지 다 봤다” 등의 문제성 발언도 쏟아냈다. 회사 쪽이 경영진에 비판적인 성향의 직원들을 의도적으로 ‘물갈이’하려 한 정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핵심 간부의 입을 통해 드러난 문화방송 경영진의 속내는 그간 회사 쪽이 내세운 주장이 얼마나 근거가 없는지를 잘 보여준다. 회사 쪽은 부당 인사조처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정당한 인사권’이라고 거듭 반박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녹음자료는 아무런 근거 없는 불법 해고인 줄 뻔히 알면서도 특정 직원들을 일터에서 몰아내려는 경영진의 생각이 얼마나 악의적이고 정치 편향적인지를 여실하게 보여준다.

실제로 문화방송 경영진은 해고·징계뿐 아니라 인사평가 최하등급(R등급) 형식을 빌려 보복성 부당 인사에 나선다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2014년 8~9월엔 대형 법무법인 두 곳에 최저등급 부여를 통한 저성과자 해고 절차 등에 관한 법률조언을 구했다가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인사권을 보복의 무기로 삼고 눈엣가시인 직원들에게 저성과자라는 딱지를 붙이는 행태가 공영방송에서 버젓이 자행되는 현실이야말로 박근혜 정부 ‘노동개혁’의 예고편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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