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임시국회 회기가 일주일도 남지 않았지만 국회의원 선거구 재획정과 여러 쟁점법안 처리가 난항을 겪고 있다. 야당은 선거구 획정안 등 의견접근을 이룬 쟁점법안을 29일 본회의에서 먼저 처리하자고 하는데, 여당인 새누리당이 파견근로자법을 고리로 다른 법안 처리에 협조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다수당으로선 매우 보기 드문 무책임한 행동이다.
과거 국회에서 소수당인 야당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서로 다른 법안을 연계해 협상하는 전략을 쓴 적은 있지만 다수당인 여당이 자기 뜻대로 모든 법안을 처리하려 이런 식의 연계 전략을 쓰는 건 처음이다. 이미 야당은 여당 공세에 밀려 쟁점법안들에서 일방적인 양보를 한 상태다. 야권 분열로 내부 리더십이 약해진데다 중도층을 겨냥한 두 야당의 경쟁이 여당의 밀어붙이기를 가능하게 했다. 무력한 야당도 문제지만, 그걸 이용해 모든 법안에서 자기 이해를 관철하려는 다수당의 오만과 횡포는 더욱 큰 문제다.
국회의원 선거구 재획정 작업은 여당 주장대로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으로 의견 접근을 했고, 원샷법에서도 야당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남은 쟁점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테러방지법, 노동 관련 법안도 상황은 비슷하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가장 논란이 첨예한 파견근로자법(파견법)까지 야당이 양보하지 않으면 선거법과 다른 쟁점법안을 처리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으니 이런 억지가 또 어디 있는가.
새누리당이 고집을 피우는 이유는 자명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새해 담화에서 파견법을 콕 집어 국회에서 통과시켜 달라고 강조한 탓이다. 그러니 한시가 급한 선거구 획정의 발목을 잡으면서까지 새누리당은 파견법 개정을 야당에 강요하는 무리수를 쓰는 것이다. 이게 지금 국회 모습이며 다수당인 집권여당의 현주소다. 국회의 독자성과 삼권분립을 입에 담기 민망할 지경이다.
지금이라도 새누리당은 여야 합의가 이뤄진 법안부터 먼저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하는 게 옳다. 특히 수많은 예비후보들의 이해가 걸린 선거구 획정안은 다른 어떤 법안보다 먼저 처리해야 마땅하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갇혀 스스로 중요하다고 강조해온 법안들의 발목을 잡는 건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여당 지도부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의 시각에서 국회 운영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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