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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인천공항·제주공항 사태 부른 ‘낙하산 인사’

등록 2016-01-26 18:49

최고 보안등급이 적용되는 최일선 국가 주요시설인 인천국제공항이 평범한 중국인 남녀 2명에게 어이없이 뚫리는 사고가 벌어졌다. 환승 승객이던 이들은 21일 새벽 업무 종료로 닫혀 있던 출국장의 진입문부터 출국심사대, 보안검색대, 외부출입문까지 4개 관문을 10여분 만에 통과해 밀입국한 뒤 나흘 동안 충남 천안 등을 활보하다 경찰에 체포됐다. 잠겨 있어야 할 문들은 밀입국자들 앞에서 자동으로 열렸고, 경비직원은 규정에 정해진 자리에 없었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이들이 환승 비행기에 타지 않았다는 사실을 통보받고도 26시간이나 미적댔고,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런 사실을 이틀 동안 까맣게 모르다가 추적 요청을 받고서야 뒤늦게 알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들 하나같이 손 놓고 눈 감은 꼴이다. ‘도둑이 들려면 개도 안 짖는다’지만 이번 사고는 그런 경우도 아닌 듯하다. 평소에도 이렇게 허술했기에 이런 일이 빚어졌다고 봐야 한다. 잘못을 제도 탓으로 돌릴 것도 아니다. 엄밀하게 작동해야 할 유무형의 보안시스템이 무용지물이 되고, 그런 ‘보안 실패’조차 제때 알지 못한 것은, 제도나 법 이전에 시스템을 관리하고 운용하는 사람들의 잘못이다. 이번 일을 핑계삼아 테러방지법 제정 따위를 주장한다면 엉뚱한 데 설레발을 치는 것이 된다.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치려면 허술하기 짝이 없는 보안시스템의 관리와 운용 체계부터 촘촘히 죄어야 한다.

인천공항의 보안시스템이 이렇게나 느슨해진 데는 공항 관리를 맡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기강해이가 큰 원인일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인 박완수 사장이 총선에 출마하겠다며 임기 도중인 지난해 12월 사퇴하면서 경영 공백이 계속되고 있다. 그사이 인천공항에선 새해 연휴 수화물 처리 지연으로 항공기 출발과 도착이 크게 늦어진 ‘수화물 대란’이 벌어졌다. 초기대응 실패에 늑장 조처, 엉터리 해명까지 당시의 온갖 난맥상은 경영 공백에 따른 기강해이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지난 주말 폭설로 승객들이 사흘씩 노숙해야 했던 제주공항 대란에서 승객들을 돌보기는커녕 딴죽만 걸었던 한국공항공사도 낙하산 출신인 김석기 사장이 선거를 앞두고 중도퇴임한 상태다. 이번 같은 일의 재발을 막으려면 그런 낙하산 인사 대신 전문성 있는 경영진부터 갖춰 관리시스템을 제대로 정비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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