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지난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속보치)은 2.6%다. 2년 만에 다시 2%대 성장에 그쳤을뿐더러,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대략 3%대 초·중반으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과의 격차도 크다. 우리 경제의 기본실력만큼도 발휘하지 못한 초라한 성적표란 얘기다.
원인은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해 수출 증가율(0.4%)은 2014년(2.8%)에 견줘 큰 폭으로 둔화했다. 대표 수출품목인 자동차만 봐도 4분기에 러시아(-39.6%), 중국(-38.3%), 사우디아라비아(-14.9%) 등에서 커다란 어려움을 겪었다. 하나같이 원자재 수출국이란 공통점을 지니는 지역이다. 세계경제 침체가 에너지 수출국 경기에 직격탄을 날리자 다시 우리 경제에 그 파장이 미치는 악순환 구조다. 부동산·건설 분야를 중심으로 한 반짝 경기도 전체 흐름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사상 최저 금리에다 3분기 추가경정예산까지 쏟아부었는데도 가라앉은 내수는 좀체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점을 곱씹어봐야 할 때다. 우리 경제가 구조적 한계에 봉착했다는 건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기업의 성장동력 상실과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능력의 하락, 그리고 세계경제의 저성장 체제가 우리 경제를 옥죄는 장애물이라는 데 누구나 동의한다. 문제는 해법이고 방향이다. 노동소득의 양보를 통한 수출기업의 경쟁력에만 기대다 보니, 수출이 어려움을 겪게 되면 수출과 내수가 동반 부진의 늪에 빠져드는 게 우리 경제의 고질병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올해 경제운용 기조는 고질병을 더욱 깊게 만들 위험성이 매우 크다. 1분기에 재정지출을 8조원 늘리고 하반기에 코리아 그랜드세일을 통해 소비 진작에 나선다는 복안은 임금인상을 통한 내수 체질 개선과는 거리가 먼 대증요법일 뿐이다. 정부가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노동개혁 역시 기업의 비용부담을 일시적으로 줄여줄지는 모르나, 사회 전체의 구매력 부족이라는 더욱 심각한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민간 연구기관들은 잇달아 2020년대 들어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1%대로 떨어진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늦기 전에 정부가 밀어붙이는 잘못된 ‘구조개혁론’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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