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실험을 한 지 3주 만에 미국과 중국의 외교 책임자가 베이징에서 직접 만났다. 하지만 예상대로 대북 제재 수준과 핵 문제 해법을 놓고 합의하기는커녕 큰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대북 제재 강화를 넘어서 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 해법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 쪽에 대북 식량지원 축소, 북한 광물 수입 금지, 대북 금융 제재, 북한 화물 검색 등 초강경 조처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이 한국·일본과 협의를 거친 내용이다. 여기에는 북한 핵 문제 악화에는 제재에 소극적인 중국의 책임이 크다는 이른바 ‘중국 책임론’이 바탕에 있다. 이에 대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제재가 목적이 되면 안 된다”며 “북핵 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하며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6자회담 재개 등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북한 핵 문제의 핵심 당사국인 두 나라의 이견이 확인됨에 따라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안의 조율 작업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안보리에서는 중국·러시아가 동의할 수 있는 수준의 제재만 하고 미국과 일본 등은 독자제재에 치중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이런 식이라면 제재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북한 핵 문제도 더 나빠지기가 쉽다. 과거 세 차례의 핵실험 때와 비슷한 양상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효과적인 국제공조와 더불어 핵 해법에 초점을 맞추려는 노력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북 제재 강화만으로 핵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핵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일차적인 당사자도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미국이 먼저 6자회담 재개로 향하는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미국의 분명한 의지가 확인된다면 중국도 큰 부담 없이 대북 개입 강화 등 중재 노력에 힘을 쏟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정부도 제재 강화에 ‘올인’할 게 아니라 핵 대화가 재개되도록 외교력을 모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밝힌 ‘6자회담 무용론’ ‘5자 회담론’ 등은 정반대의 길이다. 이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모두 공개적으로 거부 뜻을 밝힌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런 일이 더는 되풀이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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