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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거짓말로 일관하는 ‘밀실 역사교과서’

등록 2016-01-28 20:24수정 2016-01-28 21:09

박근혜 정부가 국정 역사교과서와 관련해 또 거짓말을 했다. 지난해부터 집필에 들어가기 전에 편찬기준을 공개하겠다고 수차례 약속했는데 이를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27일 “편찬기준이 이미 확정됐고 집필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집필 완료 때까지는 편찬기준을 사실상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까지 드러냈다.

‘밀실 집필’ 논란은 제쳐 두더라도 한 나라의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이렇게 눈 하나 깜짝 않고 거짓말을 해도 되는 건지 묻고 싶다. 이달 초 인사청문회에서 편찬기준 공개를 거듭 약속했던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해명해야 한다.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는 균형 잡힌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약속도 이제는 믿을 수 없게 됐다. 집필진에 이어 교과서의 기본 방향인 편찬기준마저 ‘깜깜이’ 상태로 두려는 속내가 너무나 뻔하기 때문이다. 편찬기준에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내용이 담겨 있지 않고서야 국민과의 약속을 깨가면서 비공개 방침으로 돌아설 이유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국사편찬위원회가 만든 편찬기준을 교육부가 상당 부분 뜯어고쳤다는 의혹이 이미 제기된 바 있다. 국사편찬위원회는 늦어도 지난해 12월까지는 편찬기준을 공개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이후 교육부가 수정 작업에 나서면서 공개가 하염없이 미뤄졌기 때문이다. 이제 정권의 시각으로 재단된 국정 역사교과서가 나오는 건 기정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편찬기준 비공개로 우려되는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편찬기준을 사전에 공개하는 것은 학계의 검증을 받아본다는 의미도 있다. 통상 2~3년이 걸리는 교과서 제작 기간을 1년으로 단축시켜 가뜩이나 부실 교과서가 걱정되는 상황에서 검증 과정마저 생략했으니 국정 교과서의 오류 가능성도 커진 셈이다. 또 2017년부터 당장 국정 교과서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 현장 교사들은 새 교과서의 개략적인 내용이라도 미리 익힐 수 있는 준비 기회를 잃었다.

무엇보다 국민을 우습게 보는 정부의 근본적인 태도가 문제다. 대다수 국민의 뜻을 거스르며 역사교과서 국정화라는 시대착오적 제도를 밀어붙이는 것도 모자라, 국가의 이름으로 교과서를 만들면서 국민은 그 내용에 대해 일절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는 식이다. 이야말로 국민을 한낱 신민으로 대하는 태도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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