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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채용 비리’ 놔두고 청년의 희망 말할 수 없다

등록 2016-01-31 20:20수정 2016-02-01 12:37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채용 비리 의혹이 고구마 줄기처럼 캐도 캐도 끝이 없다. 국가보훈처 고위 간부가 박승춘 보훈처장 아들의 취업 청탁을 한 정황이 드러난 데 이어 국회 정무위원장인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도 중진공 이사장에게 취업 청탁을 했다는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다. 중진공 인사 업무를 담당했던 권태형 전 운영지원실장이 실명으로 증언한 내용이다.

그가 전하는 공공기관 전반의 채용 청탁 실태도 충격적이다. 최종 합격자 가운데 10~15%는 청탁이 있었다고 한다. 그가 만난 다른 공공기관 인사 담당 직원은 그 비율이 20% 이상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채용 비리가 중진공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전체에 만연해 있고,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세간의 의심을 뒷받침하는 증언이다.

젊은이들의 취업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공공기관처럼 ‘좋은 직장’을 얻는 건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세상에서 권력자들의 공공기관 취업 청탁은 청년의 희망을 빼앗는 만행이다. 특히 정우택 의원이 청탁했다는 지원자는 학벌 등을 보지 않고 능력 위주로 채용하자는 뜻에서 만든 ‘스펙초월 전형’에 합격했다. 공정한 채용을 강조하며 만든 제도마저 청탁으로 얼룩졌다니 우리 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믿음 자체가 허망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계층의 대물림이 갈수록 굳어져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한탄이 나오는 마당에 취업 과정에서 이렇게 노골적인 불공정 경쟁까지 횡행한다면 청년들은 더욱더 절망 속에 빠져들 것이다. 그런 나라에 미래가 있을 리 없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틈만 나면 청년 취업난 해소 노력을 강조한다. 하지만 정부·여당의 핵심 실세인 최경환 전 부총리를 위시해 현직 중앙부처장, 소속 의원들이 줄줄이 채용 비리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봐주기 수사 끝에 최 전 부총리를 무혐의 처분했고, 이후 새로운 의혹이 쏟아져도 정부는 진상 규명 의지가 없어 보인다. 이런 정부가 진정으로 청년들을 걱정하고 있다고 믿을 수 있겠는가. 아무리 대통령이 나서서 ‘청년희망펀드’를 만들고 청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노동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해도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는 전면적인 재조사를 통해 공공기관 채용 비리 실태를 낱낱이 밝히고, 아무리 사소한 비위라도 일벌백계해야 한다. 그게 청년을 생각하는 정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조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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