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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통화전쟁’ 거리 두고, 경제 안정을 최우선해야

등록 2016-01-31 20:22

일본은행이 금융기관이 보유하는 중앙은행 당좌계정 일부에 연 -0.1%의 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예금에 이자를 주는 게 아니라 거꾸로 수수료를 받는 방식을 사상 처음으로 도입한 것이다. 앞으로 마이너스 금리 폭을 더 키울 수 있다고도 밝혔다. 2013년 초부터 ‘디플레이션 탈피’를 목표로 시중에 대규모로 돈을 풀어왔으나 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정책에 대한 신뢰마저 약해지자 정책 추진에 새 ‘연료’를 채워넣은 모습이다. 일본 경제에 끼치는 영향과 별개로 세계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적잖을 것이다.

이미 3년 가까이 이어진 ‘아베노믹스’ 정책에 대해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패라는 평가가 확산돼왔다. 대규모 양적완화로 엔화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져, 일본 수출기업의 실적이 좋아지고 주가가 크게 오르기는 했다. 그러나 더 나가지는 못했다. 수출 물량이 늘지 않고, 임금이 오르지 않아 소비도 부진해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경제성장률이 연속 뒷걸음질을 쳤다. 식품과 에너지를 빼고 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일본은행 목표치 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본은행의 정책에 이론적 근거를 제시했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지난해 10월 자신의 견해가 바뀌어왔다면서,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이 실패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은 그래도 아베노믹스를 계속 밀고 가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엔화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엔-달러 환율이 120엔대로 다시 올라섰다. 세계 경제 회복이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라, 유럽, 중국 등의 중앙은행도 뒤따라 통화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수출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국 통화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통화전쟁’ 양상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한층 키울 것이다.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자 곧바로 우리나라에서도 수출 경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수출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은 경계해야 한다. 과도한 통화 약세는 수입물가를 올리고 가계의 실질 소득을 줄여, 가뜩이나 부진한 민간소비에 악영향을 준다. 저금리 정책이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급증으로 이어졌음도 유념해야 한다. 최근 속도가 느려지기는 했지만,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자본 이탈도 계속되고 있다. 수출이나 성장률 목표 달성을 위해 무리수를 두기보다는 경제시스템 안정을 최우선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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