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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보훈처의 ‘속보이는’ 향군 개혁

등록 2016-01-31 20:24

국가보훈처가 조남풍 전 재향군인회(향군) 회장 비리 사퇴를 계기로 향군에 대한

‘관 주도 개혁’ 작업에 나서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최근 보훈처 차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향군개혁비상대책위’를 출범시켜 향군의 수익사업과 선거제도 등 전반에 대한 개혁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훈처의 이런 조처는 언뜻 보면 나름의 당위성을 지닌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온갖 모순투성이인데다 정해진 법규마저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우선 보훈처가 그동안 보인 ‘조남풍 봐주기’를 떠올리면 향군의 개혁을 말하는 것부터 쓴웃음을 자아낸다. 보훈처는 지난해 7월 향군에 대한 감사를 벌이면서도 조 전 회장의 ‘돈선거’ 의혹 등은 전혀 조사를 하지 않아 솜방망이 감사라는 질타를 받았다. 이를 두고 박승춘 보훈처장과 조 전 회장이 육사 럭비부 선후배 사이이기 때문이라는 뒷말도 무성했다. 조 전 회장의 비리 혐의는 결국 향군 노조 쪽이 검찰에 고발하고 나서야 드러났다. 보훈처는 향군 개혁을 말하기 앞서 자신들의 부실 감사를 사과하고 내부 책임자부터 문책해야 한다.

보훈처가 뒤늦게 향군 개혁을 들고나온 것은 지금이 향군의 회장 선임부터 경영권, 인사권 등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향군은 그 속성상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은 단체이다. 특히 이 정권 들어서는 안보를 빌미로 ‘종북몰이’에도 앞장서 왔다. 그런데 보훈처가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향군을 완전 장악하게 되면 이 조직이 정치적으로 어떻게 활용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향군은 정관상 회장 궐위 시 60일 이내에 새로운 회장을 선출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보훈처는 이 규정도 무시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정권에서 낙하산 인사를 향군 회장으로 내려보낼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새누리당 비례 국회의원 출신 인사 등 구체적인 이름도 거명된다. 향군 회장이라는 자리가 선거라는 최소한의 민주주의적 절차도 거치지 않고 정권의 자기 사람 챙기기 몫으로 전락할 상황에 처한 셈이다.

향군의 개혁은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그 개혁은 향군 스스로의 손으로 이뤄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를 통해 신임 회장을 선출하는 일이 급선무다. 보훈처의 책무는 그런 과정을 지도감독하는 것이지 자신들이 선수로 나설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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