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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정말 코미디 같은 ‘진박 마케팅’

등록 2016-02-01 20:13수정 2016-02-05 17:45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전 경제부총리)이 대구의 이른바 ‘진박(진실한 친박) 연대’ 후보들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노골적으로 대통령을 팔면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대통령 최측근으로 통하는 최 의원의 행태는 사실상 대통령의 경선개입 논란을 조장하는 일인데, 청와대는 가타부타 말이 없다.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박근혜 대통령 눈 밖에 난 현역 의원들을 탈락시키겠다는 뜻인지, 한심하기 이를 데가 없다.

최 의원이 진박 후보들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한 발언을 보면 가관이다. 그는 “(대구경북 현역 의원들이) 지난 4년간 뭐 했냐? (대통령의) 뒷다리를 잡았잖아요. 대통령이 지금 죽을 지경 아니냐. 대구경북만이라도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유승민 등 동료 의원들을 겨냥해 ‘대통령 뒷다리를 잡았다’고 비난하는 것은 물론이고, 교묘하게 지역감정까지 조장하고 있다.

더 심각한 건 노골적인 ‘진박’ 홍보다. 최경환 의원은 “대통령이 하도 답답해 ‘나 좀 도와달라’고 하신 게 ‘진실한 사람’ 이야기다. 그걸 가지고 코미디 하듯이 조롱해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볼썽사나운 ‘진박 마케팅’을 부인하기는커녕 오히려 ‘대통령 도와주는 사람들이 진박인데 뭐가 문제냐’고 공공연히 대통령을 팔아 경선운동을 하는 셈이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최 의원을 비롯한 친박 핵심들의 행태에 제동을 걸지 않고 있다. 상식적인 대통령이라면 이런 식으로 국내 정치 그것도 여당 경선에서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서는 걸 피하려고 애쓸 텐데, 박 대통령은 오히려 정반대다. 어떤 정치적 논란과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자신을 거역한 ‘배신자’를 응징하고 진박 인사들을 원내에 진출시키겠다는 정치적 야심만이 엿보일 뿐이다. 보기 안쓰럽긴 김무성 대표 역시 다르지 않다. ‘대통령을 파는 친박 의원들의 행태를 중단시키라’고 떳떳하게 청와대에 요구하진 못하고, 비박 의원 수십명을 모아 친박과 세 대결을 벌이는 건 집권여당 대표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새누리당은 제1당이다. 그렇다면 당내 경선 과정이 국민 눈높이에 맞게 민주적이고 모범적이어야 마땅하다. 지금처럼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만 강조하며 지지를 얻으려는 웃기는 행태는 당장 그만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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