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아리랑티브이 사장’의 도덕 불감증

등록 2016-02-01 20:14

해외홍보방송인 <아리랑티브이> 방석호 사장이 서류까지 위조하면서 회삿돈을 가족 해외여행 경비 등으로 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뉴스타파>와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확인한 내용을 보면, 그 수법도 뻔뻔하기 이를 데 없다.

지난해 9월 방 사장의 미국 출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 생중계를 지휘한다는 명목이었다. 아리랑티브이의 해외지출결의서에도 9월24일 뉴욕 한국문화원 직원들, 대통령 연설 전날인 27일엔 유엔본부 한국 직원, 연설 당일인 28일 저녁엔 오준 유엔대사 등을 만나 식사를 함께 했다고 적혀 있다. 다들 고급식당이어서 식사대금도 113만원, 63만원, 31만원 등 작은 액수가 아니다. 하지만 방 사장이 영수증과 함께 이름을 적어낸 이들은 하나같이 그런 일이 없다고 밝혔다고 한다. 대통령의 유엔 방문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터에 어떻게 한가하게 고급식당에 앉아 있을 수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그 시간에 그 돈으로 뭘 했는지는 방 사장 딸의 개인 인스타그램으로 확인된다. 인스타그램에는 27일과 28일 방 사장과 딸 등이 뉴욕 곳곳을 관광한 사진이 올라 있다. 애초 출장 목적은 온데간데없다. 이쯤 되면 도덕적 해이를 넘어 범죄적 행위에 가깝다.

방 사장은 지난해 5월 혼자 미국 출장을 갔을 때도 최고급 호텔의 4인용 방에 묵으면서 수십만원씩의 식사비를 결제했다. 숙소에서 차로 8시간 거리인 고급식당에선 116만원어치를 썼다. 이 식당은 방 사장의 아들이 다니던 대학에서 가까운 곳이었고, 식사를 한 날은 아들의 졸업식 이틀 전이었다. 지난해 방 사장은 두 달에 한 번꼴로 외국 출장을 다니면서 1천만∼2천만원씩 여행경비를 썼다. 서너 사람이 쓴 경비라고 해도 호화여행이다. 이미 상습적으로 회삿돈을 사적으로 빼돌린 게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아리랑티브이는 주수입원인 기금이 급격하게 고갈돼 내년부터는 회사의 존폐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다. 그렇게 어려운데도 방 사장은 공적인 업무에만 엄격하게 집행해야 할 회삿돈을 개인용도로 마구 썼다. <한국방송>의 여당 추천 이사를 거쳐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과 아리랑티브이 사장에 잇따라 ‘낙하산’으로 임명되면서 정권의 입맛만 맞추면 무슨 일이든 해도 된다고 생각한 탓이겠다. 이런 오만방자한 ‘낙하산’이 방 사장뿐이겠는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