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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불평등과 기성 정치 불신이 낳은 ‘비주류 돌풍’

등록 2016-02-02 20:45수정 2016-02-02 22:49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서 비주류 돌풍이 거세다. 대선 첫 관문인 1일(현지시각)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는 이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첫 흑인 대통령을 연속으로 만들어낸 지난 두 차례 선거에 이어 미국 정치의 변화 흐름이 뚜렷하다.

민주당에서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선전이 돋보인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아주 근소한 차이로 뒤지기는 했지만 선거전을 완주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북유럽식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사회민주주의자가 미국에서 이 정도 지지를 받은 것 자체가 새롭다. 그가 9개월 전 대선 출마 선언을 했을 때는 그야말로 군소후보였다. 공화당에서 1위를 차지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도 대표적인 당내 비주류 인사다. 그동안 선거전을 주도했으나 2위로 밀린 도널드 트럼프 후보 역시 정치인이 아닌 기업인 출신이다.

샌더스 후보의 부상은 갈수록 불평등이 심화하는 미국 현실과 맞물린다. 그는 정치를 시작한 40여년 전부터 일관되게 불평등 문제에 집중해왔다. 상위 0.1%의 미국인이 1985년에는 전체 부의 10%를 차지했으나 2015년에는 22%로 늘었다는 최근 연설은 그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다시피 했다. 남편이 대통령을 지낸 클린턴 후보가 유리한 위치에 있는 건 사실이지만 참신성은 부족하다. 크루즈 후보와 트럼프 후보의 부상은 기성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과 분노에 힘입은 바가 크다. 또한 크루즈 후보는 첫 중남미계 유력 후보다. 하지만 둘 다 선동적인 극우 성향 발언을 계속해온 것은 한계로 꼽힌다.

미국 정치와 같은 변화는 다른 곳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얼마 전 치러진 스페인 총선에서는 창당 2년도 안 되는 급진좌파 정당 포데모스가 제3당으로 원내에 진입했다. 지난해 1월 집권한 그리스의 시리자도 짧은 기간에 떠올랐다. 불평등은 이런 모든 현상의 공통된 배경이다. 크레디스위스의 지난해 10월 연례 세계 부 보고서를 보면, 상위 1%가 지구촌 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1%로 늘어났다. 최상위 부자 62명의 재산이 하위 50% 전체 재산과 같을 정도다.

11월 초까지 이어질 미국 대선전에서 누가 이길지를 점치기는 쉽지 않다. 어떤 경우든 극심한 불평등 문제에 대한 해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주류 정치권에 대한 깊은 불신은 줄어들기 어렵다. 이는 우리나라라고 해서 다를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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