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천정배 의원 등이 이끄는 국민의당이 2일 오후 대전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상임 공동대표로 선출된 안철수 의원은 “낡은 정치, 구정치 체제의 종식을 선언한다”며 “정치의 완전교체, 국회의 전면교체”를 당의 과제로 제시했다. 기존의 양당 체제 타파를 목표로 한 제3당의 실험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신당 성공의 요체는 정책, 인물, 정치 행태 등 모든 면에서 차별성과 참신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그러나 창당 과정에서 국민의당이 보인 모습은 그런 기대에는 영 못 미쳤다. 이런 아쉬움은 공식 창당대회를 접하면서도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우선 이날 발표된 정강정책은 북한의 안보 위협에 대해 더 단호한 목소리를 담은 것이나 약간의 표현상 차이 등을 빼고는 전체적인 뼈대가 더불어민주당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과연 이 정도의 정책적 차별성 때문에 기존 야당과 결별해야 했는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신당이 정당 간 정책 경쟁을 이끄는 촉매제 노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이르면 더욱 회의적이다.
국민의당이 이날 선언한 ‘낡은 정치 종식’이라는 말을 접하면 더욱 답답한 느낌이 든다. 그동안 국민의당은 새정치라는 구호를 무색하게 하는 행동을 많이 보였다. 우리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정치의 틀을 깨려는 노력보다는 호남 끌어안기에 급급한 것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여야를 싸잡아 비판하기, 세불리기에만 급급한 원칙 없는 외부 인사 영입 , 야당을 상대로 한 소모적인 주도권 싸움 등이 바로 그것이다. 국민의당이 창당을 계기로 진정 새로운 정치를 펼치려면 우선 자신의 ‘낡은 정치’에 대한 심각한 반성과 성찰이 선행돼야만 할 듯하다.
우리 사회에는 분명히 기존의 양당 체제가 담아내지 못하는 정치적 열망들이 있다. 국민의당이 정강정책에서 밝힌 ‘진보와 보수의 양날개’에 대한 유권자의 수요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공허한 구호와 현란한 수사, 이미지 공세만으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신당의 창당선언문에 나오는 ‘아름다운 말들’이 종이 속의 죽어 있는 글자로 그치지 않고 유권자들의 가슴에 생생히 다가오게 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각고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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