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일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한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1분기에 재정 조기 집행 규모를 애초 계획보다 6조원 더 늘리고, 무역금융을 중심으로 정책금융 집행을 15조5천억원 늘리겠다는 게 뼈대다. 돈을 앞당겨 쓴 뒤에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하반기 재정지출 감소로 후유증이 클 터인데, 이에 대한 고민은 없다. 총선에 맞춰 나랏돈을 더 쓰겠다는 속내만 빤히 보인다.
발표를 보면, 1분기에 중앙·지방 재정과 지방교육재정의 집행 규모를 계획했던 138조원에서 144조원으로 6조원 더 늘린다. 정부는 애초 올해 재정지출 계획을 짤 때도 1분기에 8조원을 앞당겨 쓰기로 했다. 여기에 6조원을 더해 14조원을 앞당겨 쓰겠다는 것이다.
설 연휴가 끝나면 1분기의 절반이 지나가 버리는 탓에 시간이 빠듯하다. 집행 실적만 높이려고, 경기 진작에는 별 의미가 없는 조기 집행이 끼어들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1분기에 한해 국가 계약 공사의 대금을 조기 지급하고, 계약 선급금 지급 기한도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방 교육 시설비와 자산 구입비의 집행도 크게 늘리기로 했다. 이런 정책으로 누구에게 돈이 나갈지를 따져보면, 총선용이란 의심을 거두기가 어렵다.
앞당겨 쓰는 돈이 많아 하반기에 재정 지출이 줄게 되면 후유증도 우려된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올해 1분기에 총 지출액의 30%를 몰아 쓰게 된다. 그렇게 해놓고 올해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자고 하면 몰염치의 극치가 될 것이다. 지난해까지 박근혜 정부 3년 동안 벌써 2차례나 추경을 편성했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정부의 경제운용 능력에 대한 신뢰가 자꾸 떨어져 간다는 점이다. 정부의 경제전망이 올해도 크게 어긋나고 있다는 지적이 많지만, 정부는 여전히 내수 중심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낙관론을 편다. 지난해 하반기에 시행한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처를 올해 1월부터 소급해 6개월간 더 시행하기로 한 것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 소비 진작에 도움은 되겠지만, 6월말이 다가오면 ‘소비 절벽론’을 내세워 계속 인하하라는 압력이 커질 것이다. 정부가 신뢰를 잃으면 좋은 정책도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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