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4일 본회의를 열어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일명 ‘원샷법’)을 비롯한 40여개 법안을 우선 처리할 예정이라고 한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본회의 불참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지만, 상정 법안들이 모두 법사위까지 통과해 여야 이견이 없는 상태라 어떤 형식으로든 처리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런 법안 하나하나의 입법보다 훨씬 중요하고 시급한 건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이다. 법안 처리는 하면서 선거구 획정은 설 연휴 이후로 넘겨버리는 국회가 과연 정상적인 국회인지 묻고 싶다.
4월13일에 치러지는 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7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이번 주말부터 시작되는 설 연휴는 총선을 앞두고 민심이 용광로처럼 섞이고 조정되는, 각 정당과 국회의원 예비후보들에겐 가장 중요한 시기다. 그런데 내 고향의 지역구가 어디인지, 내 지역에 출마하는 후보는 누구인지 몹시 혼란스런 상황에서 설 연휴를 맞아야 하는 게 지금 현실이다. 선거구가 명확하지 않으니 선거운동을 하려 해도 효율적으로 할 방법이 없다. 총선 예비후보들의 마음은 오죽 답답하겠는가. 그런데도 국회는 선거구 획정의 마지노선을 재외동포 투표가 시작되는 2월24일로 정해놓고 그 전에만 선거법 개정을 하면 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보다 무책임한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비단 정치적 무책임으로만 끝날 일이 아니다. 나중에 선거에서 극히 미세한 표차로 당락이 갈릴 경우, 패한 후보가 ‘정당한 선거운동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여야는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이란 큰 틀에 이미 의견을 모은 상태라고 한다. 그럼에도 최종 합의를 못 하는 데엔 선거법을 파견근로자보호법(파견법)과 연계한 여당의 책임이 크다. 대통령이 파견법에 강한 집착을 하니까 여당인 새누리당이 선거법을 볼모로 잡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선거구가 모두 사라진 입법 비상사태와 법안 처리를 어떻게 똑같이 볼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국회는 선거구 획정의 시급성을 깨닫고 설 연휴 전에 선거법을 처리하는 게 옳다. 절차상 선거구획정위를 거쳐야 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획정위를 소집해야 한다. 그게 국회의 의무고, 유권자와 총선 예비후보들에 대한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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