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 경제가 전년 대비 2.6% 성장하는 데 그쳤는데, 새해 들어 경기가 더 나빠지는 조짐이 뚜렷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설비투자가 감소세를 이어가고, 수출은 앞으로도 부진할 것이라며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점차 둔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올해 3.1% 성장할 것이라는 정부의 전망이 또 크게 빗나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경제 예측 능력이 이렇게 떨어지는데, 제대로 된 처방을 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경제 악화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대통령과 정부 관리들의 태도를 보면, 앞으로는 잘해낼 것이라는 한줌의 기대마저 내려놓게 된다.
현 정부 들어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2.9%다. 지난해가 가장 낮은데, 정부의 경제 전망과 처방을 돌아보면 한마디로 무능 그 자체였다. 정부는 지난해 3.8% 성장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하반기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재정지출을 늘렸음에도 3%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확한 경제 예측이 어려운 일이라고는 하지만, 지난해처럼 어이없이 빗나가는 일은 드물다. 앞서 2014년에도 3.9% 성장을 점쳤으나 3.4% 성장에 그쳤다.
물론 세계 경제 상황이 나빠져 수출이 부진한 것까지 정부에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하지만 민간소비 부진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데도 정부가 이를 심각하게 보지 않는 것은 큰 문제다. 민간소비는 2014년 1.8%, 지난해 2.1% 성장에 그치는 등 전체 성장률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 소비 부진의 원인은 가계 소득이 늘지 않고, 일자리 불안과 노후 불안 등에 따라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장기침체의 길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정부는 부동산 경기 부양 등으로 단기적인 성장률 높이기에만 매달려왔다. 집값 상승과 전셋값 상승은 집 없는 사람들의 고통을 키우고, 소비심리를 더 위축시켰다.
총수요가 부진할 때는 재정지출을 늘려 보완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 예산도 사실상 긴축으로 편성했다. 연초부터 경기 후퇴가 가속화할 움직임을 보이자, 재정지출을 앞당기는 처방을 내놨다. 허투루 쓰게 될 위험이 있고, 하반기에 재정지출이 감소하면서 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하지 않은 땜질 처방이다. 우리 경제가 처한 구조적 소비 부진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쪽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 누리과정 예산을 중앙정부가 안정적으로 편성하는 게 여기에 딱 맞는데, 시·도 교육청과 힘겨루기만 하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일 노동관련법 등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두고, “속이 새까맣게 타 들어갈 지경”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일하고 싶다는 청년들의 절규와 일자리 찾기 어려워진 부모세대들의 눈물, 인력을 구하지 못해 애가 타는 업계의 한숨이 매일 귓가에 울려 퍼진다”며 이를 남 탓으로 돌리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오히려 국민들의 속이 타고 있다. 청년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아무런 보장도 없이 일자리의 질만 더 나쁘게 하는 것은 고질적인 소비 부진을 가속화할 뿐이다. 경제를 살리기는커녕 더 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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