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응해 박근혜 대통령이 “테러방지법을 긴급의제로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하자, 새누리당은 한술 더 떠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입법하겠다고 나섰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말이 있다. 지금 정부·여당의 행태가 딱 그렇다. 도대체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이 핵실험이나 로켓 발사와 무슨 밀접한 관련이 있길래 이렇게 여론몰이를 하며 밀어붙이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최근 북한의 행동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옹호나 이해를 받을 소지가 전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권침해 가능성이 큰 테러방지법이나 좀 더 다듬을 필요가 있는 북한인권법을 이참에 서둘러 입법하자는 건 잘못이다. 법안 처리가 된다고 해서 핵실험이나 장거리 로켓 발사와 같은 북한의 추가 무력시위를 억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앞다퉈 테러방지법 등의 입법을 강조하는 데엔 정치적 속셈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입법에 신중한 야당을 마치 북한 도발을 용인하는 세력으로 몰아세우려는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야당도 두 법안의 입법 자체엔 반대하지 않는다. 가령 테러방지법의 핵심 쟁점은 국정원이 테러정보 수집권을 갖느냐 여부다. 국정원에 막강한 정보 수집권을 주는 건 인권침해와 정치개입 우려를 높인다는 야당 주장은 과거 사례로 볼 때 설득력이 있다. 이런 쟁점을 충분히 논의하지 않고 이번 기회에 무조건 통과시키자는 건 말이 되질 않는다. 집권세력 입맛에 맞는 법안 처리를 위해 북한을 활용하는 건 너무 시대착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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