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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원유철 원내대표의 무책임한 ‘핵무장 공론화’

등록 2016-02-15 20:24수정 2016-02-15 21:53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5일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응해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에도 몇몇 의원이 사견을 전제로 핵무장론을 들고나온 적은 있다. 하지만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국회 대표연설에서 공식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한 건 의미가 다르다. 바람직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은 얘기를 지금처럼 민감한 시기에 공론화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우리나라도 자위권 차원의 ‘평화의 핵’과 미사일로 대응하는 것을 포함해 생존전략을 고민해야 한다”며 1992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으로 철수한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하거나 자체적으로 핵 개발을 하는 등 대북 억제수단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나 원 원내대표가 말하는 ‘평화의 핵’이란 말장난의 극치다. 북한이 핵 개발 명분으로 내세우는 게 ‘미국의 선제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적 무기’라는 논리다. ‘평화의 핵’이나 ‘방어적 무기’나 다를 게 뭐가 있는가. 핵 개발에 착수하는 순간 우리도 북한처럼 전세계의 지탄을 받는 불량국가로 전락할 뿐이다. 우방인 미국이 용인해줄 거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은 ‘대량파괴무기 확산 방지’를 대외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더구나 우리의 핵 개발은 일본, 대만 등 주변국들의 핵 무장을 도미노처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북한 역시 핵 보유를 정당화하면서 군비 경쟁을 가속화할 것이다. 결국 ‘평화의 핵’은 온데간데없이 동북아는 사상 유례없이 불안정하고 위험한 지역이 될 게 분명하다.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하자는 주장도 현실성 없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이 재배치에 동의할는지도 의문이지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조차 강경한 중국과 러시아가 ‘공격용’인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배치에 어떤 태도를 보일지는 불 보듯 뻔하다. 특히 한국은 1990년대 비핵화 선언과 전술핵무기 철수를 계기로 전세계로부터 평화적이고 모범적인 원자력 이용 국가란 평가를 받아왔다. 이런 신뢰가 국제 위상을 높이고 경제 안정을 도모하는 데 매우 중요하게 작용했다. 신뢰와 번영을 한꺼번에 잃을 수 있는, 효용성도 없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핵 도박’을 왜 하려는 건지 새누리당에 묻고 싶다.

원 원내대표는 ‘개인 소신’이라고 하지만, 국회 대표연설 내용을 청와대와 전혀 상의하지 않았을 리는 없을 것이다. 여당 대표가 비현실적인 발언을 하도록 놔둔 이유가 뭔지 그래서 궁금하다. 혹시라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론 불리할 게 없다’는 판단을 했다면 그것만큼 무책임한 발상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당의 핵무장 공론화에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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